아시아나 매각 사실상 결렬…채권단 관리·재매각 시도 가시화

입력 2020-09-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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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신규 인수자 찾기 난항…‘최대주주’산은 주도 운영 유력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파격 제안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실사’라는 기존입장을 유지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은 ‘플랜B’로 들어설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채권단 관리하에서 운영되다가, 긴급한 자금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수혈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산은 인수 대금을 깎아 준다는 채권단의 제안에도 기존 입장인 ‘재실사’ 요구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정몽규 HDC현산 회장과의 회동에서 ‘인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 제안에 대한 답변이다. 산은은 앞서 “재실사는 없다”고 요구한 것에 비춰봤을 때 HDC현산의 이러한 대답은 사실상 인수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HDC현산, 2조8000억 부채 추가 파악 “재실사 불가피” = HDC현산은 지난 7월 매도자인 금호산업에 ‘12주 재실사’를 요구했다. 지난해 말 2조8000억원의 부채가 추가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전 동의 없이 채권단으로부터 1조7000억 원을 항공운영자금으로 차입한 것을 두고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적정하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현산이 지난해 12월 체결한 총 2조5000억 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이행할 마음이 없어 재실사를 요구한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계약 체결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항공업황이 크게 악화돼 결과적으로 당시 SPA 조건이 고평가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채권단은 현산의 재실사 요구에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가능성은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되던 상반기부터 예고됐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에 재실사를 요구하기 전에도 재무상태 악화 등의 이유로 지분 취득을 미뤄왔다. 또 채권단의 지속적인 대면 협의 요청에도 거절하고 입장을 번복하거나 결정을 뒤로 미루는 등 사실상 딜을 깨려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딜이 무산되더라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 아니기에 채권단 내부에서도 ‘플랜B’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대현 산은 수석부행장은 지난달 3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도 “매매 시도를 할 때부터 플랜B를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M&A 무산 이후에는 신규 인수 의향자를 찾아야 하지만, 업황이 나빠진 현재로선 이것도 여의치 않아 당장은 채권단 관리로 넘어가게 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8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했다. 이를 출자전환하면 산은의 지분율이 단숨에 36.9%로 올라 금호산업(30.7%)를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한때는 이것이 ‘국유화(국가가 보유한 자산)’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최 부행장이 직접 “국유화가 아니라 ‘채권단 관리’라고 보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2500억 계약금 반환, 법정다툼 전망 = 긴급 자금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우선으로 꼽힌다. 기안기금은 40조 원 규모로 조성돼 코로나19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는 업체를 대상으로 지원되는 국가 지원금이다.

해운업과 항공업이 우선 지원 대상인데, 아시아나항공은 M&A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기안기금 지원 대상에서 유예된 바 있다. 하지만 이것도 M&A 딜이 공식적으로 무산된 이후에는 달라진다. 은성수 위원장은 M&A 진행 중에는 기안기금 투입이 어렵다고 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자체는 “기안기금 지원 대상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으로부터 2조 원이 수혈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안기금의 지원 조건과 후속 조치 등이 까다롭기에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을 요청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아직 기안기금을 요청한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안기금은 자금이 필요한 회사에서 요청한다”고 말했다. 기안기금은 채권단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은 아니란 뜻이다. 또 아시아나항공이 2분기 화물수송을 극대화하며 영업이익 1151억 원을 기록하는 등 당장 자금 요구가 시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채권단으로선 HDC현산과의 M&A 딜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앞서 HDC현산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30.77%를 3228억 원에 인수하고 2조1772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의 SPA을 체결했다. 이때 HDC현산이 지출한 계약금은 2500억 원이다. M&A 딜이 끝나면 이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하나, 적지 않은 금액이라 HDC현산은 소송을 통해 계약금 일부를 돌려받으려 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HDC현산은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금호 측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명백한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했다. 사실상 계약 무산의 책임을 금호로 돌리려는 의도인 셈이다.

소송을 대비한 듯 이동걸 회장은 지난달 3일 간담회에서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하등 잘못한 것이 없다”며 “법적인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금호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계약이 무산될 위험과 관련해서는 HDC현산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라며 “계약금반환 소송은 없으리라고 본다”고 강조하면서 HDC현산이 계약금반환 소송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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