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소유지분ㆍ경영권 행사 괴리 더욱 악화

입력 2008-11-06 12:00 수정 2008-11-1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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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개 총수일가 의결권 지분 8% 실질 경영권 장악은 40%넘겨

재벌 총수일가가 미미한 지분을 가지고서도 환상형 순환출자와 금융 자회사를 동원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소유지분과 경영권간 괴리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총수가 있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인 28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812개 계열사에 대해 올해 4월1일 기준 소유지배 구조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들 기업집단의 재벌 총수 일가 지분율은 평균 4.23%로 지난해 4.30%에비해 줄었다. 이들이 직접 보유한 우선주 등을 포함한 의결권 있는 계열사 지분은 8.04%임에도 실질 경영권에 해당하는 의결지분율은 40.51%로 드러났다.

의결지분율에서 소유지분율을 뺀 소유지배 괴리도는 32.47%로 지난해에 비해 0.77%P 높아졌다. 재벌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에 비해 얼마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결권 승수는 지난해 7.05배에서 올해 7.39배로 높아졌다.

의결권승수는 SK가 17.05배로 가장 높았고 동양(15.18배), 한화(12.26배), 두산(8.55배), 삼성(8.09배), STX(7.81배), 금호아시아나(7.06배) 등도 7배를 넘었다.

자사주와 우선주 등 의결권 없는 지분까지 포함해 계산한 총수 일가의 지분은 28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경우 4.23%로 지난해에 비해 0.07%P 낮아졌다. 계열사 지분, 비영리법인, 임원 지분 등을 포함한 내부 지분율도 50.95%로 지난해보다 0.58%P 줄었다.

특히 올 4월 1일 현재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집단은 삼성(0.84%), SK(1.17%), 현대(2.04%), 금호아시아나(2.21%), 한화(2.54%) 등의 순이었다.

이들 기업의 총수 단독 지분율을 보면 삼성 이건희 전 회장(0.30%), SK 최태원 회장(0.27%), 현대 현정은 회장(1.29%),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0.25%), 한화 김승연 회장(1.13%)의 지분만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보유지분도 지난해 보다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총수일가의 미미한 지분으로도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편인 환상형 순환출자 연결고리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금융사를 동원한 지배력 유지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이후 두산,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은 환상형 순환 출자 구조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 공정위 분석이다.

이들 28개 중 17개 기업집단에서 56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다. 24개 금융보험사가 68개 계열회사에 1조5148억원을 출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10개), 한화·동부·동양(각 7개) 등은 금융계열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그룹의‘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생명이 사실상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의 공개 결과를 보면 재벌 총수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장악하는 재벌의 소유지배구조의 근간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총수일가 지분율이나 의결권 승수, 계열 금융보험사 수 등에 있어서는 오히려 악화되는 징후가 발견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소유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더 완화할 경우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악화와 금융지배로 인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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