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단순매입을 조금 더 활용해야 하지 않나 싶다.", "무제한 RP 매입 등 비전통적 수단이 필요하다."
지난달 22일, 한국은행은 4월 시작한 전액공급방식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 이른바 무제한 RP 매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등 시장 유동성이 나아졌다는 평가 속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당시 한은은 향후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는 등 금융시장에서 유동성 불안이 감지되면 다시 매입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장에선 다시 한 번 한은의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한은이 언급했던 유동성 불안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기 시작한 탓이다. 당초 한은이 제시했던 시나리오(코로나19가 2분기 정점을 찍고 3분기 감소하는)가 깨지면서 앞날을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기준금리는 더 내릴 수 없다고 단언한다. 현 0.50% 수준이 실효하한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결정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이미 미 연준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금리를 동결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은 건 비전통적 통화정책들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국고채 매입과 무제한 RP 매입 등이다.
물론 정부가 만지작 거리고 있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 또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에 따라 경중의 차이는 있었으나, 정부의 재정정책만 가지고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는 같았다. 결국 정부 재정과 한은 통화 정책이 함께 갈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국고채 직매입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 정부의 자금조달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다른 위원은 무제한 RP 매입과 관련해 시장 반응에 관심을 보이며 종료 이후의 상황을 주의깊게 살피라는 메시지를 한은 측에 전달했다.
금리 인하는 어렵고 4차 추경은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과거 한은이 활용했던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낼 때가 오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참신한 발상이 아니다. 기존에 활용했던 비전통적 통화정책들을 언제, 얼마큼 꺼내들지를 한은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7일 열리는 8월 금통위에 관련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