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허위매물 단속에 나서자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매물 절반이 자취를 감췄다. 서울 강남 3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고가 아파트 단지 밀집 지역에선 최대 60% 이상 줄어들었다.
◇ 서울 매물 다섯 건 중 한 건은 허위?…주말 새 매물 26.6%↓
2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와 전·월세 매물량은 20일 10만873건에서 이날 7만4126건으로 26.6% 줄었다. 경기 지역은 같은 기간 13만9473건에서 12만5347건으로 10.2% 감소했다.
수도권에선 경기 성남시 분당구가 매물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분당은 20일 5702건에서 이날 2135건으로 62.5% 줄었다. 이어 서울 송파구(-49.1%), 경기 과천시(-45%), 서울 양천구(-41.4%). 서울 서초구(-40.8%), 서울 강남구(-34%) 순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하락세가 도드라졌다. 대전(-7.4%)과 대구(-5.6%), 충북(-4.7%), 울산(-4.6%) 등이 4% 이상 매물 감소세를 보였다. 매물이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락 폭이 가장 큰 곳은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로 90% 이상 매물이 줄었다. 이곳은 9500가구 규모 대단지로 20일 전체 매물은 1502건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145건으로 급감했다. 이어 서울 서초구 서초푸르지오써밋은 지난 20일 332건에서 이날 43건으로 87.1% 감소했다.
◇허위매물 근절에 일부에서는 ‘집값 오른다’ 주장…“정착 땐 시장 안정화”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미끼·허위매물 등 부동산 교란 행위가 상당 부분 개선될 전망이다. 매물 감소세와 관련해서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주인이 매물을 여러 부동산중개소에 등록하거나, 부동산중개소가 이른바 ‘매물 가로채기’를 위해 허위 매물을 올리는 등의 사례가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허위매물 단속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실거래 물건만 올라오면 값싼 허위매물이 줄어 아파트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의견이 줄을 이었다. 한 부동산카페 회원은 “알아보던 단지의 매물이 크게 줄었고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다”며 “허위 매물 근절은 좋지만, 매도자에 유리한 시장상황에선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 내 주요 아파트 호가는 허위매물 단속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매물이 절반가량 줄어든 서울 송파구 대표 아파트인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기준 매매 호가는 전날 기준 22억4000만~23억 원으로 개정안 시행 이전과 같다. 서울 강북권 주요 아파트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역시 같은 날 전용면적 84㎡ 기준 16억5000만~17억3000만 원으로 시행 이전과 같은 호가를 유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제도 시행으로 집값이 오른다고 보긴 어렵다”며 “최근 수년간 집값 상승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허위매물 근절로 집값이 오른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원래 우상향하는 집값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