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확고히 하기 위해 향후 2~3년 기술력과 인프라, 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 등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7일 발표한 ‘한ㆍ중ㆍ일 배터리 삼국지와 우리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시장 규모는 2016년 150억 달러(약 17조8125억 원)에서 지난해 388억 달러(약 46조750억 원)로 2배 이상 늘었다.
한국의 해당 품목 수출도 2014~2019년 연평균 12.8%씩 증가해 2019년에는 46억8300만 달러(약 5조5610억 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보다 4% 감소한 22억1700만 달러(약 2조6326억 원)에 머물렀지만, 하반기에는 상승세가 예상돼 연간으로는 50억 달러(약 5조9375억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5년간 한ㆍ중ㆍ일 3국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10대 제조사ㆍ출하량 기준)을 살펴보면, 한국은 2016년 9.5%에서 올해 34.5%를 기록해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중국은 올해 감소세로 돌아서 32.9%로, 일본은 2018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 올해 26.4%로 각각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최근 배터리 시장의 경쟁 심화 요인으로 △배터리 단가 하락 △글로벌 합종연횡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시장 진출(수직 계열화)을 꼽았고, 이에 따라 전 세계 생산의 93.8%를 차지하는 한ㆍ중ㆍ일 간의 각축전도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앞으로 2~3년이 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 고비가 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형태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며 "핵심 경쟁력을 선점하지 못하면 시장 점유율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더구나, 소재 원천 기술은 한ㆍ중ㆍ일 3국이 박빙을 이루는 만큼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특허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과거 LCD 분야에서 중국이 특허 수에서 한국을 추월한 후 시장 점유율 1위를 빼앗아 간 사례를 들며 소재 기술의 특허와 상용화에 정부의 관심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리튬, 니켈 등 원자재의 안정적인 확보와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 전ㆍ후방 산업의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대응, 혁신을 선도하는 생태계 구축 등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손창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향후 2~3년 내 급격한 시장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산ㆍ관ㆍ학의 집중적인 협력체계 구축도 시급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