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영국 모빌리티 기업과 손잡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ㆍUrban Air Mobility) 전략을 한 단계 더 구체화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완성차 메이커가 ‘생존’에 사활을 건 반면, 정 부회장은 애초에 그렸던 ‘모빌리티 기업’이라는 큰 그림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6일 현대차 영국법인에 따르면 현대차는 영국 모빌리티 업체 ‘어반 에어포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개발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1500만 달러(약 180억 원)를 투자, 유럽 표준형 UAM 인프라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심 비행체의 경우 현대차가 청사진을 이미 제시한 상태다. 때문에 새롭게 손을 잡게 된 어반 에어포트와는 UAM 거점 확충 및 인프라 구축을 중점적으로 협력한다.
'어반 에어포트’사는 기존 헬기장에 비해 설치공간을 최대 60% 수준으로 축소할 수 있한 UAM 인프라 구축 기술을 갖췄다.
이번 제휴에 앞서 현대차와 어반 에어포트는 UAM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영국 웨스트 미들랜드와 코번트리 등 2개 도시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는 어반 에어포트의 '파멜라콘' 세계화 전략 총괄(COO)은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대한 투자가 없다면 UAM은 비행 과학 프로젝트에 불과할 뿐”이라며 “영국 지역 사회와 협력해 현대차와 미래 UAM 인프라를 연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의 이번 투자 결정은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완성을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UAM의 유럽 표준은 영국에서, 아시아 표준은 싱가포르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이번 UAM 전략 추진은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글로벌 주요 완성차 메이커가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구축한 정 부회장은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 중인 셈이다.
실제로 2분기 기준,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주요 시장에서 일본과 미국 경쟁사의 판매가 폭감하는 사이, 현대ㆍ기아차는 2019년 시작한 '신차 슈퍼 사이클' 효과를 앞세워 주요 시장에서 선방했다.
실제로 이 기간 현대차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2%, 기아차는 73% 감소했으나 영업손실은 피했다. 같은 기간 일본 토요타와 닛산 등을 포함한 경쟁사는 적자를 냈거나 적자전환이 예상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편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전고체 배터리 등을 주제로 논의하기도 했다. 이어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도 잇따라 회동하며 전기차 분야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 대회에서도 “삼성과 LG, SK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고 말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며 미래 전략의 차질 없는 추진을 공언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UAM 전략과 관련해 “전기차 배터리와 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공중 이동 수단으로, 2028년 상용화해 하늘 위에 펼쳐지는 이동혁명을 이끌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쇼크는 단기적인 악재일 뿐,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미래성장 동력 추진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라며 “그룹 사업의 방향과 목표가 결정되면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전사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