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생산ㆍ인력 구조조정' 바람 분다

입력 2008-10-31 13:30 수정 2008-10-3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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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축소, 감산ㆍ감원, 채용 보류 등 긴축경영 본격화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실물경제까지 위협하면서 재계에 '생산ㆍ인력 구조조정'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해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며 많은 기업들이 경기 악화와 소비 위축의 장기화에 대비해 감원 및 감산, 투자 및 비용 축소 등을 검토 중이다.

경기침체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산업계에는 생산ㆍ인력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투자 및 비용 축소 통해 위기 극복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최근 LCD 감산에 이어 메모리 사업 투자 축소 의향을 밝히자 재계의 생산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도 정작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지만 투자 및 비용 축소, 감산 등에 대해 구체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감원 등 구조조정 계획은 없지만 투자 및 비용 축소를 통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기 침체에 따라 LCD 감산에 이어 올해 7조원 이상으로 예정됐던 메모리 투자도 수천억원 수준에서 조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는 물론 내년에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하락, 가격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구조조정은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투자 및 비용 조정 등 시장 상황에 맞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계획하고 있지 않지만 4분기 및 내년 경기전망이 밝지 않아 투자 유보ㆍ축소, 비용 절감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월평균가입자당매출액(ARPU)이 감소하고 있어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수익성 제고 및 위기 극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시장도 소비가 위축되면 가입자들의 서비스 이용이 감소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매출액 대비 20~30% 수준인 마케팅 비용을 적절한 수준으로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급휴직, 재택근무, 채용 보류 등 인력 구조조정 실시

쌍용차는 감산에 이어 생산직 350명에 대해 유급휴직을 실시키로 했다.

회사 측은 구조조정의 성격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생산능력의 60%만 가동해온 쌍용차가 감산과 함께 유급휴직을 통해 인력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초래된 국내외 경영상황 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해 약 350여명의 인원을 전환배치, 탄력적으로 생산라인을 운영하는데 노사가 합의했다"고 말했다.

GM대우는 본사인 제너럴모터스의 경영 악화로 인해 한국 공장의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GM대우는 당장 구조조정을 하기 보다는 공장 근무일수를 조정하고 일부 공장의 휴일 근무도 없앴다. 또한 현재 노조와 협의를 통해 전환배치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에 따라 매년 실시해온 대규모 채용도 내년에는 실시하지 않는 등 긴축경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현대아산은 위기 극복차원에서 본사 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아산 직원들은 임금의 70% 정도를 받고 연말까지 20일 정도 날짜를 정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내년부터 구조조정 본격 시작될 듯

물류업계는 경기침체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업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올해는 경기침체에 따라 직접적인 피해를 타 업종에 비해 덜 받는 편이지만 내년부터는 매출감소 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물류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투자 줄이기, 구조조정의 얘기는 업계 전반에서 이미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직접적인 구조조정은 내년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계에서는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자금난으로 사업 철수나 M&A(인수합병) 대상으로 1~2개 업체가 거론되고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물류업계 과열로 출혈경쟁이 심했다"며 "물류시장의 재편에 따른 대규모 인력감축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는 구조조정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유례없는 반도체 불황 속에 찾아온 경기침체로 시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ㆍ중공업도 당장 구조조정은 예정에 없지만 불황이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해 내년에는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소비 위축, 항공ㆍ외식업계 '감편ㆍ폐점' 늘어

항공업계는 연초부터 지속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등으로 비수익 노선에 대한 운항 중단이나 감편 등의 방법으로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인천-라스베가스 노선의 운휴를 연말까지 확대했으며, 지방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로 가는 일부 중국 노선을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운항 중단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에도 부산발 중국 노선의 일부 노선 운항편수를 줄이고 있다.

저가항공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성항공은 최근 경영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전면 운항중단에 들어가 현재는 매각을 포함한 새 주인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외식업계도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은 매장 임대료 등 운영비가 많이 드는데다 손님마저 줄자 위기를 맞고 있다. 불황에 허덕이는 패밀리레스토랑 업체들은 이미 할인 마케팅에 뛰어들었고, 폐점한 매장도 나오고 있다.

빕스가 최근 2개 매장을 닫았으며, 티지아이(T.G.I.)프라이데이즈는 연내로 매장 3~4개를 철수한다는 계획이다. 이외 다른 업체도 매장수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폐점과 인력 구조조정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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