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의 주력 상품인 1Gb D램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D램 반도체 가격이 바닥 없는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격 폭락세가 글로벌 D램 제조업계 전반의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8일 1Gb D램 현물 가격은 0.99달러를 기록했다. 512Mb D램 가격 역시 같은날 0.51달러로 하락해 50센트 선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10월 들어 D램 주요 제품 가격 하락세가 급격해 업계에는 잔뜩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D램 주요업체들이 대형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고정거래가격 역시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사상 최저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1Gb D램 10월 하반기 고정거래 가격은 월초 대비 0.19달러 떨어진 1.31달러를 기록했다. 512Mb D램 고정거래가격 역시 0.16달러 떨어진 개당 0.59달러까지 하락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현재의 D램 가격 하락이 공급 과잉에서 비롯됐으며,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 속에 당분간 수요가 증가하기는 힘든 만큼, 공급측면에서 획기적인 감산이 없는 한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과잉이 심각한 수준이다"며, "공급 업체쪽의 '획기적인 감산 조치'가 없다면 현재의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주우식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 역시 지난 24일 실적발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의 경우 공급 쪽에서 조정이 일어나기 시작하지만 아직 강도가 약하다"며, "기존 초과공급을 해소할 수 없어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으며, 4분기에 반도체가 실적 개선이 일어날 것인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의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지수 애널리스트는 "공급 과잉 해소가 없는 한 가격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글러벌 경기침체 등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반도체 가격 반등은 빨라야 내년 2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수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든 만큼, 공급 감소만이 거의 유일한 D램가격 반등 요인"이라고 단언한다.
대우증권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격이 워낙 많이 하락한 상태기는 하지만 내년 1분기 까지 추가하락은 불가피하다"며, "1Gb D램은 0.8달러, 512Mb D램은 0.4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현재 재고 수준은 1~2주에 불과한 만큼,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많은 감산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또 "내년 2분기에도 수요가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감산, 구조조정, 기술전환 등의 공급 감소효과가 나타나면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현재 반동체 가격이 바닥에 근접해 있으며 반등이 멀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가격은 많이 하락한 상태로 4분기에 바닥을 형성한 후 내년 2분기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때 20여 개에 이르던 글로벌 D램 제조업체들은 현재 8개 회사로 줄었다. 2006년 이후 '반도체 역사상 최악의 불황기'를 버티고 있는 업체는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감산에 나서는 등 피눈물 나는 세월을 버티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낸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 키몬다는 대만 이노테라 지분을 미국 마이크론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향후 범용 D램 사업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마이크론은 지난 3월 대만 난야와 제휴를 발표했고, 일본 엘피다와 대만 파워칩은 2006년 11월 동맹체제를 구축했다. 또 2003년 12월 하이닉스와 대만 프로모스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서플라이 자료에 따르면 3분기 D램 시장은 매출액 기준으로 ▲삼성전자 30.4% ▲하이닉스 19.1% ▲엘피다 14.9% ▲마이크론 11.1% ▲키몬다 9.6% ▲파워칩 4.8% ▲난야 4.1% ▲프로모스 2.8% ▲기타 3.2% 순이다.
하지만 D램 제조업체의 추운 '고난의 행군기'가 아직 상당 기간 남은 만큼, 세계 D램 시장 개편 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 윤창주 교수는 "현재의 D램가격 폭락은 시장재편의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윤 교수는 "반도체 업종이 원래 대량생산에 따른 박리다매 업종인 만큼 경쟁력 없는 업체가 도산되는 것은 시장원리로도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굿모닝신한 김지수 애널리스트는 좀 더 구체적으로 2~3개 업체가 D램 제조사업에서 철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지수 애널리스트는 "3분기 연속 영업손실률 100%를 상회하고 있는 키몬드의 시장 퇴출은 확실해 보인다"며, "이밖에 난야, 파워칩, 프로모스 중 1~2개 업체가 추가로 D램 제조사업을 접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수 애널리스트는 또 "키몬드 등 후발업체의 시장 철수로 생긴 공급 감소 요인으로 D램 가격이 반등 할 것"이라며, "이들의 마켓시어는 대부분 삼성전자의 몫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