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백악관, 전염병 권위자 ‘파우치 흠집 내기’...사실상 퇴출 수순

입력 2020-07-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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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소장 말실수 모아 언론에 제공 등 공개적 비판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달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보건노동교육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지난달 3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보건노동교육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내 최고 전염병 권위자를 퇴출하려는 백악관의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과 CNN방송 등 현지 언론은 백악관이 파우치 소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백악관 관료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백악관 관료들은 파우치 소장의 실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에 관해 빗나간 발언을 모아 언론사에 제공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그가 3월에 했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걸어 다니면 안 된다”는 발언도 포함돼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파우치 흠집 내기’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우치 소장은 좋은 사람이지만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표현했다. 또 “파우치 소장이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다가 이제는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흠집 내기뿐만 아니라 사실상 퇴출 절차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팀의 핵심 인사로 참여하고 있지만 지난달 2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대면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자신의 직설적인 발언 때문에 백악관이 TV 출연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파우치 소장이 공격 대상이 된 이유는 그가 그동안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되는 의견을 표출해왔기 때문이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코로나19 환자의 99%가 무해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어디서 숫자를 봤는지 모르겠다”며 “분명히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미국)가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 인식을 에둘러 비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두 사람 중 더욱 신뢰받는 쪽은 파우치 소장이다. 지난달 27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파우치 소장을 믿는다는 사람은 67%에 달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답변은 26%에 그쳤다.

아담 쉬프 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이 자신을 믿지 않고 파우치 소장을 믿는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백악관의 흠집 내기를 “끔찍하다”고 표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보건장관을 맡았던 캐슬린 시벨리우스는 “전문가의 신뢰를 하락시키는 백악관의 시도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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