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불고기 40% 할인합니다.” “덴탈마스크 팝니다.” “상품권 1만 원 드립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은 대형마트의 소비자 모시기가 눈물겹다. 몸값 높은 소고기 할인과 구하기 힘든 덴탈마스크 판매에 이어 상품권까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 들었다.
이마트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구매금액에 따라 쇼핑지원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1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겐 5000원, 20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1만 원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이에 따른 총지급 상품권 금액 규모는 30억 원에 달한다.
롯데마트도 3만 원 이상 구입한 엘포인트(L.POINT) 회원과 해당 카드(롯데·KB·국민·삼성)로 결제한 고객에게 최대 4만7000원 상당의 ‘주차별 쿠폰 2종’을 증정한다. 엘포인트 회원이 주중에 5만 원 이상 구입하면 3000원 할인을, 주말에 8만 원 이상 구입하면 5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카드로 3만 원 이상 구입한 고객은 주중에 5만 원 이상 구입 시 5000원 할인을, 주말에 8만 원 이상 구입하면 8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상진 롯데마트 마케팅부문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약 100억 원 규모의 쇼핑지원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의 이번 상품권 공세는 이례적이다. 기존에는 새로 오픈한 매장에서 진행하던 행사였지만, 전 점에 걸쳐 결제 수단에 상관없이 상품권 증정 행사를 하는 일은 드물다. 특히 이마트는 최대 5000원까지만 증정했던 상품권 이벤트를 1만 원까지로 금액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정부 재난지원금 소비로 인해 영업 부진에 빠진 대형마트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최후의 보루를 꺼내 들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대형마트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다. 감염증이 한창이던 3월엔 다중집객 이용시설 기피로 인해 이마트의 할인점 총매출은 84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추락했다. 하지만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되레 신선식품을 직접 보고 사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장기 저장 목적 소비가 늘면서 4월엔 5.0%로 상승 반전했다. 4월 트레이더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7%까지 뛰었다.
잘나가던 대형마트에 찬물을 다시 끼얹은 것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대형마트가 지정되지 못하면서다. 5월 중순부터 재난지원금 사용에 직격탄을 맞아 이마트의 할인점 총매출은 858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로 꼬꾸라졌다. 소비자들은 지원금을 사용하기 위해 식자재마트와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실제 지난달 13~31일 편의점 CU에서는 평소 잘 팔리지 않던 양곡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89.7% 올랐고, 축산물과 과일·채소도 58.1%, 23.5% 올랐다.
재난지원금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대형마트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소고기를 할인 판매하고, 때 이른 무더위에 구하기 힘든 덴탈마스크 등 미끼 상품까지 대거 풀고 있다.
이마트는 16일까지 가전과 패션, 다이어트 등 여름 상품을 최대 30% 싸게 내놓고, 17일부터 24일까지는 한우 국거리와 불고기를 40% 할인 판매한다. 삼겹살과 목심은 행사카드로 구매 시 30%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 롯데마트도 ‘호주산 소고기 척아이롤’과 ‘캐나다산 랍스터’도 저렴하게 내놨다.
트레이더스는 2000만 장의 중국산 일회용 마스크를 확보해 점포별로 하루 1000개(대형 500개, 소형 500개)씩 판매한다. 롯데마트 역시 이달 초 ‘통큰절’ 행사를 통해 200만 장의 덴탈마스크를 선보였고, 물량이 확보되는 대로 계속 판매할 방침이다. 여기에 최근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비말마스크도 이르면 20일부터 판매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