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서울, 수도권 규제 지역의 주택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고 비규제지역의 가격 상승세도 지속 포착돼 정부는 경각심을 갖고 예의 점검 중"이라며 "주택시장 불안 조짐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주저 없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이같이 발언한 것은 지난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ㆍ16 대책)'을 내놓은 후에도 부동산 규제가 느슨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주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3.0%로 지난해 하반기(1.7%)보다 가팔라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규제 드라이브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투자 수요가 비규제지역인 경기ㆍ인천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동안 집값이 내려갔던 강남권에서도 이달 들어선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잇따른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집값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가용 가능한 여러 수단을 갖고 있다. 규제지역을 지정할 수도 있고 대출 규제를 강화할 수도 있고 세제에 미비점이 있으면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추가 대책 여부나 시기, 방법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가장 강도가 센 것은 대출 규제 강화다. 정부는 12ㆍ16대책에서 시가 9억~15억 원대 주택에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고, 15억 원 초과 주택에는 주택 구매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돈줄을 막아 고가주택 수요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정부가 이 기준은 낮추면 강북권 중ㆍ저가 주택 수요자에게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면 거래량이 줄고 집값이 일시적으로 안정될 수는 있다"면서도 "대신 전셋값이 오르고 이를 활용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가 성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규제지역 확대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가운데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놓을 수밖에 없다. 시장 안팎에선 인천과 경기 군포ㆍ안산시, 대전 등이 거론된다. 올 들어 아파트값이 꽤 많이 오른 지역들이다.
규제지역 확대 등에 대해 일각에선 실효성을 제기한다. 올해 초 이른바 '수용성'(수원ㆍ용인ㆍ성남시) 집값이 급등했을 때도 정부가 이들 지역에서 규제를 강화했으나 경기 서부와 동부권 등으로 집값 상승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현상)가 옮아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김 차관은 "이론적으로야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이 있을 때 비규제지역으로 약간 수요가 옮겨갈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며 "기본적으로 수급 요건상 가격이 움직일만한 요인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규제 차이만 가지고 전국적으로 돌아가면서 가격 변동이 나타나진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