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끌어온 중도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이다. 김 위원장은 1964년 독일 뮌스터대학으로 건너가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딴 뒤 독일 정치계, 학계와 두루 교류해온 대표적인 독일통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독일의 기민당을 보라”며 “보수 정당이지만 스스로 보수를 앞세우지 않으면서 보수주의를 실천하고, 좌파의 어젠다까지 선점해 오히려 좌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일주일 만에 ‘약자와의 동행’부터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등 의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그는 기본소득을 화두로 꺼낸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3일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집을 지나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보고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겠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언급한 자유의 개념은 독일의 사회철학자 로렌츠 폰 슈타인의 철학과 연관되어있다. 이에 김종인표 비대위의 핵심 정책탱크 역할을 할 경제혁신위원회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를 융합한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통합당의 취약 지점인 청년 정치인 육성에 대한 구상도 독일식 청년 인재 육성 플랫폼에서 취할 전망이다. 독일 기민당·기독사회당 내 독립적인 자(子) 정당인 ‘영 유니온’(Die Junge Union Deutschlands·JU)이 대표적이다.
영 유니온의 14∼35세 청년 당원들은 전당대회를 열어 자체 지도부를 선출하고, 정당행사와 토론회 등을 일종의 놀이처럼 운영하며 착실하게 정치 경험을 쌓는다. 독일과 유럽통합의 설계자인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도 영 유니온 출신이다.
이를 위한 발판으로 정대석 비대위원을 발탁한 점도 꼽힌다. 정 위원은 지난해 영 유니온을 방문했으며, 기민당의 싱크탱크인 아데나워 재단과 지속해서 교류해온 인물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해체까지 거론된 통합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도 아데나워 재단을 롤모델 삼아 개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비영리 공익재단인 아데나워 재단이 4차 산업혁명 등 보수 진영의 장기적 정책 이슈와 비전을 선도적으로 발굴한 점을 벤치마킹할 전망이다. 여연도 이러한 역할을 위해 조직과 인력을 보강해 ‘고품격 싱크탱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