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격화라는 고래싸움에 기업이라는 새우등이 터졌다. 매출액증가율은 4년만에 하락했고, 영업이익률은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6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기업 10곳 중 3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아 소위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제조업(-2.3%)과 대기업(-1.5%) 하락폭이 컸던 반면, 비제조업(0.8%)과 중소기업(1.5%)은 나름 선방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25.9%)와 무선통신기기(-17.6%),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16.9%) 등 수출액이 감소한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4% 하락했다. 각각 제품가격과 정제마진이 하락한 화학제품(-6.8%)과 석유정제(-6.8%)도 낙폭이 컸다. 반면, 선박 건조량 증가로 조선·기타운수는 12.5% 상승했고, 수출액이 늘어난 자동차도 6.3% 늘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이하 영업이익률)은 2018년 6.9%에서 2019년 4.7%로 떨어졌다. 이는 2014년(4.3%) 이후 최저치다. 1000원어치를 팔면 47원을 남긴다는 의미다.
이는 최근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한 때문이다. 실제, 전자·영상·통신장비 영업이익률은 2018년 18.8%에서 2019년 5.6%로 크게 줄었다. 대표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영업이익률도 2018년 4.9%에서 2019년 4.4%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았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률 차이인 2%포인트와 0.3%포인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었던 셈이다.
기업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95.4%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110.9%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대기업은 2018년 80.9%에서 2019년 83.9%로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기간 156.9%에서 152.8로 줄었다. 중소기업이 개선된 것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개선된데다, 투자조정 이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이자도 부담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은 2018년 31.3%에서 2019년 34.1%로 늘었다. 이는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2년연속 역대 최대치다.
강창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기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모두 안좋아졌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가 수출부진으로 이어지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을 준 것 같다”며 “2018년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도 영업이익 하락분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