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에 1조2000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 두산중공업의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을 전제로 했다. 이로써 이들 채권단이 두산중공업에 지원한 금액은 총 3조6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산은과 수은은 1일 오후 신용위원회와 확대여신위원회를 각각 열고 두산중공업에 1조2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두산 측이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자구안)과 채권단 실사 등을 토대로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된 데 따른 조치다.
채권단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 국가 기간산업 보호 필요성, 두산그룹이 제출한 재무구조개선계획 등을 고려해 두산중공업에 1조8000억 원을 이미 지원한 바 있다”라며 “실사결과 및 재무구조개선계획의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상화 작업에 필요한 1조2000억 원을 추가지원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두산그룹은 총 3조 원의 자구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두산솔루스·두산타워·두산밥캣·두산인프라코어 등이 유력한 매각 대상이다. 두산그룹 측은 여기에 부동산 자산 등의 매각으로 추가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회의에서 대주주 유상증자, 주요 계열사와 비핵심자산 매각 등이 담긴 두산중공업의 정상화 방안을 정부에 보고했다.
이후 정부는 채권단이 보고한 정상화방안을 토대로 추가지원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권단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두산 계열사들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두산그룹과 함께 두산중공업의 중장기 사업 재편 방안과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해왔다.
여기에는 두산중공업이 원전과 석탄발전 부문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을 목표로 사업구조를 개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두산그룹은 앞서 지난 4월 제출한 자구안에서 두산중공업을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신재생에너지 두 축으로 꾸려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별개로 두산은 두산솔루스를 비롯해 두산타워, 라데나CC와 클럽모우CC 등을 이미 시장에 내놓고 매각 작업에 한창이다.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을 토대로 두산중공업에 1조2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하면 전체 지원 규모는 3조6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산은과 수은은 올해 3월 말 두산중공업에 1조 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후 8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4월에는 외화 채권 상환용으로 6000억 원을 지원했다.
채권단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게 된 두산중공업은 당장 발등의 불은 끄게 됐다. 이번에 지원하는 자금은 명예퇴직금 등 구조조정 비용과 2년 반 동안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두산중공업이 연내 갚아야 할 차입금은 4조2000억 원에 달한다. 여전히 정상화까지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산은 수은 등 채권단은 향후 재무구조 개선계획 실행에 따라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두산그룹 및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개선계획을 포함한 정상화 작업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며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