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지방에 갈 일이 생겨 교통편을 알아보다 기차표보다 절반도 안되는 항공권 가격에 깜짝 놀랐다. 심지어 고속버스 티켓보다도 몇 천원이나 저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을 거의 띄우지 못하며 전례없는 공황에 빠진 항공업계가 그나마 남은 국내선 고객 확보를 위해 항공권 가격을 초특가로 내놓고 있어서다.
23일 항공업계 및 코레일 등에 따르면, 평일 기준 서울~광주 노선 저비용항공사(LCC) 티켓의 최저 가격대는 2만원~2만4000원 대에 형성돼 있으며 3만원 대 항공권을 판매하는 대형항공사(FSC)도 있다.
반면 KTX 가격은 4만6000원~4만7000원 대로 LCC 항공권보다 무려 2배 가량 비싸다. 고석버스도 우등좌석 기준 평일에는 2만8100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비행기가 가장 경제적인 교통수단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 기준으로 '비행기>기차>고속버스'에서 '기차>고속버스>비행기' 순으로 앞뒤 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여기에 항공사들이 종종 국내선 특가 이벤트를 통해 1만원 대, 심지어 1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까지 내놓고 있어 그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비행기 한 대를 띄우는 데 드는 고정비와 수익을 감안할 경우, 고려해야하는 항공권 가격의 최저 마지노선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비행기 한 편당 수익을 내려면 정상 운임을 적용하면서도 탑승률은 최소 75%을 기록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운임, 탑승률 모두 턱 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들이 지나치게 싼 항공권을 내놓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바닥을 친 여객 수요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수 개월 간 전 세계 하늘길도 닫히고 국내 여행객도 감소한 상황에서, 그나마 남은 국내선 항공권조차도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항공사별 노선 경쟁이 조금이라도 일어날 경우 곧바로 가격이 올라갔지만, 현 시점에서는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확보하자는 취지해서 그 어떤 항공사들도 함부로 항공권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