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 민생법안 자동폐기 수순…법안 처리율 36.6% 그쳐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국민발안제 개헌안’을 고리로 하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8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본회의 개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하는 상황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추가 협의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애초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남아 있는 민생법안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실적으로 남은 임기 안에 본회의를 갖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법적인 임기 만료(5월 말)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달 중순까지는 당선자들에게 공간을 비워줘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처리되지 못한 채 계류 중인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일 현재 계류 법안 수는 의원입법 1만4873건과 정부입법 383건을 포함해 총 1만5256건에 달한다. 국회법 규정에 따라 이들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 자동으로 함께 폐기된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의 63.3%에 달하는 수치다.
임기 말 무더기 법안 폐기는 이전에도 늘 반복됐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6301건, 19대 국회에서는 9809건이 각각 폐기됐다.
폐기를 앞둔 법안 중에는 여러 건의 주요 민생법안도 포함돼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입법, 탄력근로제 단위기관 확대 등 주 52시간 보완 입법 등 지난해 정기국회 내내 시급한 법안으로 꼽혔던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후속 입법도 여러 건 있다. 고용 충격에 빠진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주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코로나19와 관련해 단기 체류 외국인에게 숙박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등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마련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이들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4년간의 임기를 충돌과 대립으로 보내며 저조한 법안 처리율을 기록한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4075건이다. 이 가운데 가결이든 부결이든 ‘처리’가 된 법안은 8819건으로 처리율이 36.6%에 불과하다. 이전까지 ‘역대 최악’ 타이틀을 갖고 있던 19대 국회의 최종실적인 42.8%(발의 1만7822건·처리 7631건·폐기 1만190건)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대립은 격화된 반면 이룬 것이 적어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동물국회’라는 이미지만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