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지원금 토해내라”...트럼프, 역정에 대기업들 줄줄이 백기

입력 2020-04-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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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체인 전문점 루스크리스스테이크하우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스테이크 체인 전문점 루스크리스스테이크하우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간 대기업들이 이를 줄줄이 토해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 체인 ‘루스크리스스테이크하우스’는 중소기업을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지원받은 2000만 달러(약 247억2000만 원)를 반납한다고 밝혔다. PPP 대출금은 지난달 말 의회를 통과한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 중 하나로, 중소기업 지원에 3500억 달러가 배정됐는데 2주도 안돼 고갈됐다.

루스크리스 대변인은 “우리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지원금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반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고용 유지에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PPP 대출금 반환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5개 주 25곳에서 체인점을 운영 중인 초밥 체인 구라스시USA도 600만 달러를 반환하기로 했고, 자산 규모 16억 달러인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도 1000만 달러를 반환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기업들이 PPP 지원을 받아 정작 중소기업들이 지원을 못 받고 있다는 지적에 트럼프가 가혹한 대가를 예고하자 대기업들이 백기투항에 나선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직원 500명 규모의 기업이 대상인데,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대형 외식 체인들이 대출을 받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은 법안 통과 과정에서 예견됐다. PPP는 애초 종업원 500인 이하 영리·비영리 업체를 위한 것이었으나 법안 발의 및 통과 과정에서 로비를 통해 자회사나 체인별로 나눠 신청할 수 있게 수정됐다.

이에 루스크리스스테이크하우스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종업원이 5740명에 달했는데도 지점별로 나눠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럼프 압박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유명 대학들도 지원금 반환 및 신청 취소에 나섰다. 미국 명문사학 하버드대는 22일 성명을 통해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의 고등교육기관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우리도 코로나19로 심각한 재정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면서도 “정치인들이 하버드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원금 참여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프린스턴대학도 경기부양 패키지법에 의해 배정된 24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했고 스탠퍼드대학도 740만 달러의 지원금 신청을 철회했다.

미국 정부는 아예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 제도를 대기업이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지침을 내놨다. 미 재무부는 이날 중소기업 대출 프로그램의 자금 조달과 관련, 코로나19 부양책에 따른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해당 기업이 지원의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다른 선택지가 있는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구제 프로그램 신청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다.

모건스탠리의 조사에 따르면 20일 시점에 상장기업 약 80개사가 중소기업 지원 대출을 받았다. 상장기업이나 유명대학은 유능한 변호사 나 회계사를 데리고 있어서 정부 지원에 대한 신청도 쉽게 할 수 있다. 지원 창구가 되는 주요 은행도 큰 고객을 우선해 대출해 주는 경향이 있다. 반면 가족끼리 하는 음식점이나 미용실 등 영세기업은 정부 지원에 응모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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