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은 통상 과거의 경험이나 현재 일어나는 상황 등에 대한 통계적 관찰을 통해 평균, 분포, 비율 등을 구하고 상관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한 합리적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은 경제 분석에서도 많이 쓰이며, 어떤 정책을 시행할 때 그 효과를 예상해 보고 부작용에 대한 보완 조치를 미리 강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델이 현상을 100%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제 진전은 모델의 예측과 늘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처럼 비정형적 바이러스로 인한 경우 미래의 감염자와 사망자를 정확히 예상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델을 사용하는 것은 상황이 최악에 이르지 않도록 관리하고 가능한 정책 수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즉 이번 코로나19의 경우에도 예상 발병자를 추정하고 그에 따른 의료 역량을 고려한 후 적합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식이 될 것이다. 따라서 모델의 활용은 정책의 성패가 운에 따르거나 주먹구구식 대응이 되는 것을 최소한 막는다.
한편 미국 정부가 3월 말 사용한 모델에 따르면 사망자가 최소한 10만 명을 상회하며, 비관적인 경우 100만 명까지도 이를 수 있다는 심각한 전망이 나왔다. 이 모델이 발표되자 당장 언론의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모델이 정확한가?’에서부터 ‘이러한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예상할 때까지 연방 정부는 제대로 대응을 했는가?’까지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었다.
우선 모델이 정확한가? 이를 단기간에 알기는 어렵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통상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예측할 때 과거 전염병의 진전 추이나 백신의 개발, 사회적 격리와 같은 조치 시행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것이라 과거의 전염병 진전 상황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을 것이고, 그래서 코로나19가 이미 기승을 부렸던 다른 나라의 진행 상황을 고려해 새롭게 모델을 만들든지 아니면 기존의 모델을 적절히 수정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모델이 발표된 후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언론이 모델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얼마 가지 않아 미국 정부는 모델이 계속 변하며, 무엇보다 미국 국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자발적 조치의 이행 태도(attitude)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서 한 발을 빼는 듯한 답변을 내놓았다.
한편, 미국 정부는 매일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을 설명하면서 감염자 분포곡선의 정점(peak)과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언제 안정기로 접어드는지에 대한 예측을 하는 그래프를 제시한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진단 테스트와 의료 체계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강제 조치를 시행하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와 함께 당초 전망에 비해 확진자 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안정화가 되었음을 설명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는 의문은 현재의 조치가 치료약이나 백신이 개발되고 감염병리학자들이 주장하는 일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이 감염되어 자체 면역 기능을 확보하는 시점까지 감염자 수를 최대한 줄여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조치로도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이런 까닭인지 미 정부는 5월부터 정상으로 되돌아갈 조치를 시작하되 단계적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경제학자들도 코로나 이후의 세계 경제의 회복을 전망할 때 감염 모델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소위 V자형이니 L자형이니 상이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4월 들어 신규 확진자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발표하지 않았지만 아마 우리 정부도 미국처럼 나름의 모델을 가지고 코로나19의 진전 상황을 예상하고,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보듯이 현재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중요한 시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백신의 개발이나 자연 면역 상태에 이르러야 상황이 완전히 종식될 것이다. 그 전까지는 지금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생활이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할 2차, 3차 파급 영향이 막대할까 봐 걱정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극복해 모두가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문재도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 회장(서울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