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협회 조사 결과에 의하면 다이어트 경험자 중 3분의 1 정도만 1년 뒤에도 감량한 체중 그대로를 유지하고, 5년 뒤에는 대부분이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간다고 한다. 미국 예일대 켈리 D. 브라우넬 박사(반복적으로 몸무게가 늘었다 줄어드는 걸 요요 현상이라 칭한 인물)가 쥐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체중의 증감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요요 다이어트는 오히려 체중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련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요요 현상은 단순히 체중이 늘거나 줄어드는 걸 넘어 건강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나온 장기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체중이 5% 이상 증감을 계속할 경우, 즉 70㎏ 기준으로 요요 다이어트에 의해 몸무게가 66㎏에서 74㎏ 사이를 반복적으로 변화한다고 할 때 치명적인 심장질환의 위험성은 두 배 가까이 높아지고,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은 세 배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독일 포츠담의 식품영양학연구소(Institut fur Ernahrungsforschung)에서도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 연구소의 하이너 뵈잉(Heiner Boeing) 박사가 2만7000명 이상의 건강한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체중이 반복적으로 급격하게 변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 즉 체중을 유지하거나 더 나아가 체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사람들에 비해 고혈압의 위험이 현저히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처럼 요요 현상이 심혈관 혹은 대사순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행히도 아직까지 그 이유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쥐를 대상으로 실시된 실험 결과를 근거로, 지방조직(fatty tissue)이 이와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방은 피부나 내부 장기 주위에서 발견되는 백색지방이다. 지방을 곧 비만과 동일시하는 우리의 부정적 인식과 달리 지방은 체온을 유지하고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아주 고마운 영양소다. 때문에 체내 지방 축적량이 수시로 변할수록 항상성 유지를 위해 지방 축적과 관련된 효소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하고, 따라서 몸 안에 쌓이는 포화지방의 양도 증가한다. 이는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 증가 또는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과 같은 건강지표의 악화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신장암과 담석과 같은 담낭질환도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요요 현상은 사망 위험률을 높인다”라는 뵈잉 박사의 경고처럼 우리가 체중계의 눈금에만 집착하는 사이 정작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여타의 신체 지표들은 부정적 방향으로 달음질치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요요 없이 군살을 줄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적당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이라는 단순하고도 식상한, 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기기에는 잔인할 정도로 힘든 정답이 있다. 식욕을 당기는 음식은 넘쳐나고 코로나로 땀나게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요즘에는 이 오래된 레시피를 어찌 활용해야 할지가 더욱 고민스러울 듯하다. 그런데 이 쉽고도 또 어려운 ‘요요 없는 다이어트’의 성공 여부는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고, 얼마만큼 움직여야 하는가 하는 칼로리 싸움에만 달린 건 아니다. 크게 즐겁지도 않고 곧바로 큰 이익을 주지 않는데도 고통을 감수하면서 자기절제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려면 다이어트의 동기를 한 번쯤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15년 언론과학연구에 실린 다이어트 행동에 관한 논문에 의하면 현대 사회에서 다이어트는 개인의 선택이기보단 사회적 압력에 대한 순응의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즉, 사회에서 마르고 늘씬한 외모에 부여하는 가치와 이런 외모를 가져야 한다는 무언의 강요가 우리로 하여금 다이어트를 선택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지속 불가능한 극단의 다이어트, 그리고 당연히 뒤따르는 요요와 체중 감량의 실패에서 비롯되는 자존감의 하락 등은 다이어트 선택에 있어 사회적 동기의 치우침이 가져온 불행한 단면일 수 있다.
요요 없는 건강한 다이어트는 식사 조절과 적절한 운동 외에 타자의 시선과 나 자신이 추구하는 건강한 삶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지혜까지 함께 보태질 때 비로소 가능한 어려운 길임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