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구조적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지출이 100조 원 증가하면 장기 성장률이 0.18%포인트(P)에서 0.38%P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23일 ‘재원조달을 포함한 재정승수 효과’ 보고서를 통해 재원조달 비용을 고려하면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훼손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선진국 28개국을 대상으로 1980~2019년 자료를 이용해 재원조달 방법에 따른 재정지출의 장단기 성장탄력성을 추정한 결과 재정적자를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재정지출의 장기 성장탄력성이 -0.34~-0.073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는 재정지출을 100조 원으로 확대하면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0.18%P에서 0.38%P까지 하락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재원을 재정적자를 통해 조달할 경우 재정지출의 단기 성장탄력성은 0.016으로 추정되지만, 증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단기 성장탄력성은 -0.012로 추정된다. 국가채무 발행을 통해 재정지출을 100조원 확대하면 현재의 성장률이 0.08%P 상승하는 효과가 있지만, 증세를 통해 재원을 바로 조달하면 성장률은 오히려 0.06%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증세는 재정지출과 재원조달 시점과의 시차가 짧지만 재정적자는 시차가 길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국채발행은 미래의 세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증세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재정지출 승수(재정지출을 1만큼 늘렸을 때 GDP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나타내는 지표)가 마이너스로 가는 역 케인즈언 현상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재정확대 정책이 지속된다면 저성장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현재 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돼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얼어붙은 민간의 소비와 투자심리는 풀리지 않고 있어 정책수정을 통해 정책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미래에 세금부담이 커질 거라는 우려 고조로 시장 이자율이 상승하고 있어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는 구축효과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최근 몇년간 이뤄지고 있는 공공투자와 공공일자리의 확대가 생산적인 곳에서 세금을 걷어 비생산적인 곳으로 재원을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와 경기불황을 장기화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재정지출의 상당부분이 수입재화에 사용되기 때문에 재정지출이 경기부양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경상수지만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조경엽 경제연구실장은 “재정지출 확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조조정의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경기침체기를 과오·과잉투자를 조정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할 기회로 삼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 실장은 “재정지출 확대보다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규제완화 및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