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경제 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선전지행은 전날 관내 은행들에 부동산 담보 경영 자금 대출 현황을 조사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최저 연 2%의 저리로 돈을 빌려줬는데 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정부의 취약 대상 금융 지원이 부동산 버블을 부추기는 엉뚱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금융 당국이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부동산 시장 과열 조짐은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중국 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3월 선전의 신규주택과 기존주택 가격은 전월보다 각각 0.5%, 1.6% 올랐다. 이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이른바 중국 4대 도시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선전 뿐만 아니라 항저우, 난징, 청두 등 주요 도시에도 자금이 몰려들면서 신규 분양 아파트 수백채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이상 과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상하이 소재 부동산 정보업체 윈드인포메이션의 분석 결과 중국 30개 주요 도시의 3월 주택 거래 규모는 면적 기준으로 총 860만 ㎡로, 전월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차이신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기존 집을 담보로 잡고 새집에 투자하는가 하면 먼저 새집을 사고 차후에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중소기업인과 개인사업자들이 부동산 투자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편법도 활개치고 있다. 사업자가 아닌데도 서류상 회사를 차리는 방식으로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주택 구매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이처럼 주택시장 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주택 가격 급등 현상에 대한 ‘학습 효과’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중국은 경기부양 차원에서 4조 위안(약 693조2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시장에 풀었는데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에 과도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전국적으로 버블 현상이 일어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도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꺼려온 것도 통화 팽창이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를 살리면서도 부동산 과열을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 앞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