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폭락 등으로 인한 정제마진 축소로 정유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꺾이면서 국내 대표 정유 업체인 SK에너지·에쓰오일도 신용등급 하락 위기에 놓였다. 신용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향후 자금 조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에 이어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국내 정유업체들에 대한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는 GS칼텍스의 등급을 BBB+에서 BBB로, 에쓰오일은 BBB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바 있다.
전일 한국기업평가는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무보증사채 등급전망을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은 최상위인 AAA의 바로 아래인 AA+다.
송수범 한기평 연구원은 “유가 급락 및 생산제품 전반의 마진 축소에 따른 큰 폭의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며 “수익성 저하 및 대규모 투자 부담 등으로 전반적인 재무 안정성이 악화된 상태이고 중기적으로도 재무구조 저하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등급전망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단기간 영업환경이 저하된 정유업종에 대한 신용도 우려를 밝힌 바 있으나 국내 신평사 중 정유업체들의 신용도 전망을 변경한 것은 한기평이 처음이다. 정유업계의 영업여건 악화와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경우 신용평가사들은 이를 정기평가에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송미경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수요부진 심화와 재고관련 손실을 고려할 때 2020년 상반기 전체적으로 정유업체들의 큰 폭의 손익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각 사별 재무부담 수준, 투자를 비롯한 자금 소요 정도, 재무여력 확충 방안 등에 따라 신용도는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금조달을 앞둔 업체들의 압박은 가중될 전망이다. 1분기까지만 해도 우량기업에 회사채 수요가 몰렸지만, 최근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우량 기업조차 기관들이 회사채 인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녹록지 않다.
GS칼텍스는 상반기 차환 조달에 성공했고, 현대오일뱅크는 연내 만기가 끝나는 회사채 물량이 없다. SK에너지는 이달 말을 목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으며, 에쓰오일은 올해와 내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 1조1000억 원 규모로 차환발행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