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월별 결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 증시가 주춤하자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려는 국내 투자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결제액은 총 123억6992만 달러(약 15조3134억 원)로 전달(62억9029만 달러)보다 97.94% 급증했다. 전년 동월(24억3911만 달러)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규모다.
순매수액도 7억8997만 달러로 전달보다 85.37% 늘었다. 국내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세는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국내 증시에서는 ‘대장주’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미국에선 경쟁사인 애플을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는 애플(APPLE)을 2억5917만 달러 순매수했다. 미국 주식 종목 중 순매수액 기준 1위다. 이어 알파벳(ALPHABET INC-CL C)을 8094만 달러, 테슬라(TESLA)를 7048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6978만 달러 사들였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미 증시 상승세를 이끌던 기업들이다. 1일(현지시간) 기준 애플 주가는 240.91달러로 2월 12일 기록한 고점(327.20달러) 대비 26.37% 낮아진 상태다.
유가 급락과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화로 미 증시가 3월 들어 급락세를 보이자 국내 투자자들은 낙폭이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격적인 매수에 나섰다.
특히 거래가 몰린 종목은 미 증시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였다. 결제액 순으로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가 7억4247만 달러 거래가 이뤄져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나스닥100 지수의 일일 등락률을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순매수액도 3539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수가 바닥을 치고 올라설 것이란 기대에 ‘한방’을 노린 투자가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바람과 달리 미 증시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뉴욕 주요 지수는 지난달 23일 저점 이후 반등세를 타다가 최근 연이틀 하락세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에는 다우지수(-4.44%), 나스닥지수(-4.41%), S&P500지수(-4.41%) 등이 4% 이상 급락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피해 척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경제지표들이 하나씩 발표되기 시작했다”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는 불가피하겠지만 바이러스 불안감과 정책 안도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