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근 디레버리징은 주식을 넘어서 채권시장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여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셀 코리아(Sell Korea)’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셀 애셋(asset·자산)’ 이 불어닥치고 있지만 실물경기 침체에 민감한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 채권 지분까지 정리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외국인의 회사채 잔고는 673억 원을 기록해 연중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달 21일의 1191억 원에 비해 40% 넘게 급감했다.
지금은 회사채로 ‘팔자’가 제한돼 있지만,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는 국채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있다.
지난 23일 기준 외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액은 약 133조 원 규모다. 이중 국채 103조 7000억 원, 통안채 25조 1000억 원이다.
SK증권 신얼 연구원은 당장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 이후 외국인은 국채와 통안채에 선별투자하는 모습이 강해졌다”면서 “이는 무위험 차익거래 유인을 외면하고 있다. 원화채권이 안전자산이란 인식에 금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채권에 대한 외인의 시각이 다소 삐딱해졌다는 얘기다.
경험적으로도 금융위기 시에는 인정 사정 볼 것 없이 투자 패턴 변화가 확인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발 금융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불확실성을 회피하고자 하는 이 시기에 한국 경제의 체력이 버틸 여력이 있느냐에 외국인의 투자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면서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외인은 곧 원화채권에 대한 본격적인 순상환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발을 빼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11조1554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로,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4조7665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 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SK하이닉스였다. 이달 외국인의 SK하이닉스 누적 순매도액은 9252억 원이었다.
해외 투자은행(IB) 및 자산운용사들도 한국 투자 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외환·금융위기 이후 경영권을 장악했던 외국계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 매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픈마켓 중심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가 매각설에 휩싸였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이익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최근 유한회사로 전환하고 글로벌 본사가 2년 연속 거액의 배당을 받아간 사실 등이 ‘정황 증거’로 꼽힌다. 매각설과 관련해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로부터 확인된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낀다.
푸르덴셜생명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의 최대주주는 푸르덴셜인터내셔널 인슈어런스 홀딩스(100%)다
비록 외국인의 자산 매각이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그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예전보다 악화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큰 영향력이 있는 일부 외신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을 쏟아내고, IMF·OECD 등 글로벌 기관들과 무디스 S&P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부정적 전망을 양산하면서 셀 코리아가 더 심화했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0.3%P(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를 넉달만에 크게 낮춘 것이다. 내년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2.3%)가 유지됐다.
또 외국인들이 중국 등 다른 신흥시장보다는 오래전부터 투자해 온 한국 시장에서 차익 실현을 하려는 욕구가 강한 것도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형으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수출 둔화 우려와 은행들의 높은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의 비율), 기업 및 가계의 높은 부채비율 등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