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와중에도 청약시장은 여전히 들끓는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에서도 수십대 1의 청약경쟁률을 쏟아내고 있다. 제로 수준의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한 비규제 지역의 풍선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804가구 모집에 5만8021명의 청약자가 몰려들었다. 평균 72.2 대 1의 경쟁률이다. 최고 경쟁률은 352.9대 1(전용 84㎡B)에 달했다. 54가구 모집에 해당지역에서만 무려 9530명이 몰렸다.
이 단지는 인천 내 최다 청약 규모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그간 인천시 1순위 최다 청약자 자리를 지켜온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3차’(5만3181명)의 청약자 수를 넘긴 수치다.
이날 인천 부평에서도 '힐스테이트 부평' 아파트가 1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487가구를 모집했지만 80배가 넘는 청약자가 몰려들면서 경쟁률은 84.3 대 1에 달했다.
같은 날 인구 30만 명을 밑도는 순천에서도 높은 경쟁률이 나왔다. 용당동 일대에 들어서는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 아파트는 940가구 모집에 2만개 넘는 청약통장이 쏟아졌다. 경쟁률은 평균 22.30대 1, 최고 53.59대 1에 달했다. 앞서 나온 특별공급 신청자도 623명으로 모집가구수(457가구)를 크게 넘어섰다.
국내 코로나19 총 확진자의 70%가 몰려 있는 대구 청약시장이 뜨겁긴 마찬가지다. 이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봉덕2차 화성파크드림'는 모집가구수(245가구)의 30배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경쟁률은 평균 29대 1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주택시장이 위축되는 와중에도 이같은 청약 열기가 나타나는 건 사실상 제로금리인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비규제 지역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여력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도 경기가 침체하면 결국 하락하지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금리가 제로 수준인데다 당분간 인상될 가능성이 없고, 유동성마저 풍부해 비규제 지역으로 흘러들어 갈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가 위치한 연수구는 비투기과열지구·비청약과열지역으로 1주택자라도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전매 제한도 6개월이다.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이 있는 순천 역시 계약금 10%만 납부하면 전매가 가능하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갈아타기와 비규제 시장을 겨냥한 투기 수요의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해석이다.
다만 이같은 분위기가 오래 지속되긴 힘들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붙는 가운데 분양시장만 나홀로 질주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유동성 자금과 저금리 기조에 당분간 비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강보합세를 보이고 청약수요가 몰리겠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돌입하면 부동산 시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