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폭염, 한파의 부재로 계절가전 기업들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창문형 에어컨’으로 히트한 파세코의 실적은 대폭 성장했다. 선풍기로 유명한 신일산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내려앉아 ‘계절가전 명가’ 타이틀을 파세코에게 뺏겼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파세코의 매출액은 1804억 원으로 2018년 대비 20.7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0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그간 파세코의 전통적 성수기는 겨울이었다. 석유스토브(난로) 등 겨울 가전 중심으로 내수와 수출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창문형 에어컨 등 여름 가전으로 제품군을 확대했고, 홈쇼핑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대박을 터트렸다. 2018년 대비 여름 기온이 높지 않은 가운데서도 계절가전 특수를 톡톡히 본 셈이다.
반면 선풍기 매출이 전체 매출의 70%를 넘는 신일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줄었다. 지난해 신일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458억 원, 1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대비 각각 13.5%, 89.3% 줄어든 규모다. 신일의 역성장은 2015년 이후 5년 만이다.
신일의 지난해 3분기 선풍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일반 제품 판매는 약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은 계절가전에서 종합가전 기업으로 발돋움하고자 주방가전, 가습기, 청소기 등 제품 라인업도 강화하고 있지만 2018년 기준 선풍기 매출액은 74%에 달한다. 신일은 선풍기 시장에서 자사의 점유율이 40%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일은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점도 영업이익에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일은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CI를 교체했고,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해 새 캐릭터도 공개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도 매출 원가에 부담을 줬다.
파세코는 2016년에 2015년 대비 역성장하며 매출액 1020억 원을 기록했고, 2017년 1213억 원, 2018년에 1495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몇 년 새 매년 200억 원 내외로 매출액이 성장했으나 2016~2018년 동안 각각 1245억, 1446억, 1687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신일보다는 외형 면에서 뒤떨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신일의 부진과 ‘창문형 에어컨’의 히트가 맞물며 파세코는 신일을 올라서게 됐다.
올해 61주년을 맞은 신일은 이달 30일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명 신일산업주식회사를 ‘신일전자주식회사’로 변경하는 안건을 결의한다. 선풍기 기업으로 굳어진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가전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의지의 뜻이다. 다만, 브랜드명은 ‘신일’로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신일은 올해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철저한 생산, 판매, 재고 시스템으로 재고관리와 원가 절감에 나서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가전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 소형 가전을 선보일 계획이며,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1990년대 후반 출생자) 세대를 공략해 SNS 홍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신일은 밀레니얼 세대 공략 차원에서 온라인 유통 채널 확대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