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클럽) 문 닫은 거 처음 보는데?"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클럽 앞. '임시 휴업' 벽보를 읽은 사람이 같이 온 일행에게 말했다. 이곳은 이태원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유명한 곳. 어디서 술을 먹고 놀든 한 번쯤 꼭 들리는 장소가 영업을 안 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낯설어 했다.
주요 번화가로 꼽히는 이태원은 2주 전부터 일부 클럽들이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주에 몇몇 클럽이 추가로 문을 닫으면서 평소와 같은 들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의 조처에 따른 것이다.
특히, 종교활동ㆍ집회금지를 권고한 상황에서 번화가의 상당수 클럽이 정상 영업을 강행하자 세간의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닫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에도 문 연 클럽들…"마스크 착용 필수"
임시 휴업을 하지 않고 문을 연 클럽들 역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신분증을 검사하는 보안직원은 손님들에게 마스크를 챙겼냐고 연신 물었다. 착용 전에는 입장할 수 없다는 엄포(?)도 곁들었다. 이 때문에 마스크를 챙기지 않은 사람은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태원을 드나든 지 10년이 됐다는 직장인 최보현(31ㆍ가명) 씨는 이런 풍경을 처음 본다며 "신분증도 모자라 마스크까지 챙겨와야 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입장할 때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도 모순적이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영업정지를 피하기 위한 일이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곳보다 그렇지 않은 클럽이 더 많았다. 체온 검사를 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마스크 착용과 관계없이 입장시키는 곳이 대다수. 입장 시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더라도 실내에서 벗는 사람이 많았고, 이를 관리하는 직원도 없었다. 허점은 많았다.
◇클럽 출입문엔 '춤 금지' 알림 붙어
영업을 강행한 클럽 내부에서는 차분한 노래가 줄곧 흘러나왔다. 대개 클럽은 처음엔 비교적 느린 음악이 나오다 밤 11시가 넘으면 흥을 돋우기 위해 빠른 박자의 음악이 나온다. 하지만 이날은 새벽이 돼서도 그렇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언제부터 놀기 시작하느냐"라고 묻는 손님도 많았다.
한 클럽 관계자는 구청에서 내려온 지시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청에서 사람이 많이 모일만한 분위기를 만들지 말라고 했다. 손님들 불만이 많은 건 알겠는데, 다른 곳처럼 임시휴업하느니 이렇게라도 장사를 하는 게 낫다"라고 설명했다.
출입문에 '춤 금지'라는 공지를 붙여놓은 클럽도 있었다. 코로나19의 여파라며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한 것. 이 클럽 관계자는 "노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간 자칫 문을 닫을 수도 있는 만큼,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날 클럽 내부는 카페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손님들은 맥주병과 술잔을 들고 서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을 잡거나 껴안는 등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한 손님은 "카페에서 티 타임하는 것 같다"라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코로나 확진자 20대 가장 많지만…'무색한 경각심'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 번화가를 빠져나가 집에 가기 위해선 택시를 탈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기사들도 차를 대놓고 승객을 기다린다. 하지만 택시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 경기도나 인천 등지로 장거리를 뛰려는 택시가 많다보니 승차 거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태원에 사람이 줄어들자 택시들도 달라졌다. 평소라면 '예약'을 띄워놓고 손님을 가려 받았지만, 이날은 '빈 차'를 띄워놓은 채 인도 옆에 차를 대놓았다.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승차 거부를 당하지 않고 곧장 택시 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한편, 이태원은 물론 강남과 홍대 역시 여전히 많은 20대가 클럽을 찾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코로나19의 확진자 중 20대가 2417명(26.97%)으로 가장 많았지만, 현장에서 본 이들은 별다른 경각심을 갖지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