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던 지방 ‘큰손’들의 원정 투자 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등의 조치로 다주택 투자 수요가 크게 위축된 때문으로 보인다.
23일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밖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달 2274건을 기록했다. 1월(2621건) 대비 347건 줄었다. 서울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1월 24.9%에서 23.8%로 감소했다.
지방 매입자들의 서울 아파트 상경 투자가 지난해 12월 3687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체 거래(1만4117건)의 26.1%를 차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지방 큰손들의 서울 아파트 투자 건수가 이처럼 줄어든 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시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대출이 전면 금지된 데다 올해 1월부턴 9억 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게 전세대출 보증을 완전히 막는 규제까지 시행됐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로 돈줄을 묶은 데다 자금출처 조사까지 까다롭게 시행하면서 투기 목적으로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는 지방 투자자들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이 가장 집중된 곳은 25개 자치구 중 구로구(184건)와 강서(141건)ㆍ영등포(136건)ㆍ송파(118건)ㆍ강동구(115건) 등이다.
특히 지난 3개월간 추이에서 외지인 아파트 매입이 2개월 연속 증가한 곳은 구로구가 유일하다. 고가 아파트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서울 외곽의 9억 원 미만 중저가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쏠린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이 기간 외지인들의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아파트 매입 건수는 지난해 12월 886건에서 1월 547건, 2월 380건으로 계속 줄었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월별 외지인 매입 거래 중 강남4구 아파트 거래 비중도 24%→20.8%→16.7%로 꾸준히 줄었다. 반대로 구로구 아파트 매입 비중은 4.25%→6.21%→8.09%로 늘었다.
서울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지방 큰손 등 외지인의 투자 수요는 당분간 더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와 깐깐한 자금출처 조사에다 보유세 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둔화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수요의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기 전반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주택시장만 나홀로 성장하긴 어려운 만큼 투기 수요의 움직임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정책에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원정 투자 수요를 포함한 추가 매수 의지가 많이 꺾인 상황”이라며 “침체한 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 지방 큰손들의 상경 투자도 주춤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