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현지에서 고객이 실직할 경우 신차를 되사주거나 할부금을 대신 냈던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을 11년 만에 재가동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14일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2009년에 미국 현지에서 첫선을 보여 큰 호응을 얻었던 '어슈어런스' 마케팅을 재추진한다”라며 “고객이 신차를 산 이후 불가피하게 실직하면, 할부나 리스 비용을 대신 내주는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내세운 실직 보호 프로그램은 고객이 비자발적으로 실직할 경우 최대 6개월분 할부금과 리스 비용을 현대차가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아가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신차 구입 후 최대 3개월 동안 할부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상은 현대차 싼타페와 투싼, 코나 등 SUV를 비롯해 엘란트라, 엘란트라GT 등이다.
앞서 현대차는 이와 유사한 고객 마케팅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미국 '리먼 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2009년 초, 고객의 실직에 대비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신차 구입 뒤 1년 이내에 고객이 실직하면 이 차를 현대차가 다시 구매해주는 방식이다. 나아가 할부금을 일정 기간 유예해주는 지원책도 포함했다.
당시 ‘실직 위기’가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자 신차 소비를 주저하는 고객이 급증했다. 이런 시장 상황을 분석한 현대차는 북미법인을 통해 ‘신차 되사주기’ 마케팅을 추진했고, 결국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극심한 불황기를 앞두고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파악해 신속히 대응한 사례로 꼽힌다. 신차 재구매 전략을 전사적으로 추진한 건 미국 현지에서 현대차가 처음이었다.
현대차의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재가동은 2008 리먼 쇼크에 버금가는 경제위기에 대비해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도 담겨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극심한 불확실성이 확산했고, 고객이 겪는 불안을 이해하고 있다”며 “전례 없는 시기에 실직 보호 프로그램을 다시 도입해 예상치 못한 고용불안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