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앞으로 4년간 기술혁신을 주도할 글로벌 거점 도시 8위에 올랐다.
KPMG가 9일 발표한 ‘2020 글로벌 기술 산업 혁신 조사(Global Technology Industry Innovation Survey)’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를 제외하고 향후 4년간 기술혁신 허브를 이끌 글로벌 10대 도시에 싱가포르(싱가포르)가 1위로 선정됐다.
런던(영국)과 텔아비브(이스라엘), 도쿄(일본), 뉴욕(미국), 상하이(중국), 베이징(중국), 서울(한국), 벵갈루루(인도), 홍콩특별행정구(중국)가 순위를 이었고, 한국은 지난해와 순위 변동이 없다.
KPMG는 12개국 810명의 기술 산업 리더를 대상으로 글로벌 기술 산업 혁신에 대해 설문 조사했으며, 올해 8회째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위에서 올해 1위로 상승한 싱가포르는 첨단 IT인프라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지적재산권(IP) 보호법, 다양한 인재풀 등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개발하는 '스마트네이션'과 국가적 인공지능(AI)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텔아비브는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3위로 올라섰다.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및 모빌리티 기술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다.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9위를 기록하며 10대 거점 도시에 이름을 올린 벵갈루루는 국가 혁신 역량을 평가하는 세계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의 인도 지수가 2015년 81에서 2019년 52로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최대 기술혁신 개발 국가로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28%)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고, 중국(13%)과 인도(13%)가 뒤따랐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을 꼽은 응답률은 23%와 17%로 6%p 차이가 났지만, 올해는 15%p 차이로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격차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및 무역거래 재협상, 해외 기업 인수 차단 등의 기술과 지적재산권(IP)에 대한 제재와 같이 중요한 기술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미국의 지속적인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6위에서 올해 2위를 차지한 인도는 기술 전문가들이 인도로 돌아오게 하거나 인도에 남도록 장려하는 정책과 지난 2년간 인도로 몰리는 VC 자금, 젊은 인구 동향 등의 혁신이 힘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자들의 37%는 향후 4년 내 세계 기술혁신 중심지가 실리콘밸리에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는 전년도(58%) 대비 확연히 줄어든 수치다. 미국이 더 많은 독점적 지식과 지적 재산을 유지하려는 입장이 반영된 것이며, 미국 외 다른 국가의 도시가 향후 4년 동안 실리콘밸리를 추월하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술혁신 중심지가 이동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타 도시의 혁신과 기업 인프라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며, 기업과 노동자가 고용 계약이 아닌 서비스 제공 계약 형태를 맺고 일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긱 경제) 등의 부상으로 어떤 지역에서든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리콘밸리의 높은 사업 비용과 생활비, 혼잡성 등도 주된 이유로 제시됐다.
조재박 삼정KPMG 디지털본부장은 “서울은 첨단 IT 인프라를 토대로 데이터 3법 통과와 같은 규제 완화,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등에 힘입어 창업클러스터 구축, 기술 투자 등이 집중되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기술 혁신 허브로 더욱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인재 및 투자 유치에 우호적인 환경 조성, 글로벌 스케일업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