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뢰인과 법률 대리인 간의 신뢰다.”
김경 법무법인 참본 대표변호사는 26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 소송에 대해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법연수원 24기인 김 변호사는 1998년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과거 ‘증권집단소송’을 국내 최초로 판결해 금융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명 ‘도이치은행 ELS 사건’으로, 금융회사가 약정한 금원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주가를 조작해 가입자들에게 큰 손실을 줬다.
이후 증권집단 소송은 꾸준히 증가해 중앙지법 공시 사건만 10여 건에 달할 정도로 확산했다. 도이치은행ELS 사건은 논란이 된 DLSㆍDLF 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서울 중앙지법 기업전담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기업사건을 다뤘다.
김 변호사는 “기업전담부에서 근무하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ㆍ기업 사건들에 파묻혀 지내면서 굉장히 바쁘게 지냈다. 도이치은행 ELS사건은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최근 관련 소송이 활성화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는 수많은 기업 관련 소송을 지휘했던 경력을 살려, 또 다른 부장 판사 출신인 이상철 변호사와 부장검사 출신인 박영수 변호사 등과 함께 법무법인 ‘참본’을 설립했다.
주력 분야는 기업 분쟁 관련 소송과 자문이다. 담당했던 사건을 살펴보면,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기업가의 2심 변론을 맡아 무죄 확정판결을 끌어냈다. 수 많은 증인을 일일이 찾아내 증언을 받아낸 것이 승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또 상장사 경영권 분쟁에서 소송대리를 맡아 승소 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기업 소송에서 중요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신뢰’라고 답했다. 올바른 법리 판단을 할 수 있는 변호사가 의뢰인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퉈야 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법률 대리인을 고를 때는 회사 규모보다는 얼마나 자기 사건에 집중해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평소 자문을 받아오던 전문가가 있다면 법적 분쟁이 한결 수월해진다. 실제 자구 하나 차이로 판결이 갈린 사례도 있다. 일반적으로 의뢰인은 어떤 증거가 중요한지 잘 모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법률 대리인에게 사건을 정확히 전달하고, 공감받는 것이 승소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판사와 변호사의 차이에 대해서는 ‘교감’이라고 설명했다. 판사는 공정한 판결을 위해 소송 당사자와 아무런 교류를 하지 않지만,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교감을 한다는 설명이다. 판결 후에도 감상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 판사 시절에는 단순히 어려운 일을 하나 끝마친 기분이었지만, 지금은 선고 결과에 따라 희비가 크게 느껴진다고 했다.
후배 판사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판사는 외로운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사는 격무에 시달리고 법원에 갇혀 외부 접촉이 적다. 업무 특성상 어울릴 수 있는 것은 동료 판사나 가족, 지인뿐”이라면서도 “다만 소송 지휘를 하면서 어떤 주장 등에 대해 예단은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소송 당사자의 주장이 터무니없이 보이더라도 ‘혹시 억울할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