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기업의 재택 근무를 비롯해 어린이집·유치원 등의 휴교, 대학의 개강 연기 등이 확산하면서 생필품을 구비해야 하는 ‘강제 집콕족’ 증가에 따른 현상이다.
26일 이마트에 따르면 19일부터 25일까지 생필품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2019년 2월 20~26일) 대비 30~75%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통조림이 75.6%로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라면(55.5%), 쌀(55.4%), 생수(37.5%), 즉석밥(36.9%) 등도 많이 팔렸다.
롯데마트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19~24일 컵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0.3% 뛰었고, 라면(86.8%)과 생수(33.2%)도 판매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소비자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으로 생필품 등의 구입에 나선 모습”이라며 “특히 라면, 쌀, 즉석식품 등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ㆍ경북 지역의 식료품 구매 분위기가 코로나 19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지난 주말부터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으로 옮겨붙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다중집객시설을 기피하면서 대형마트를 피해 온라인으로만 장보기를 하던 분위기에서 반전된 모양새다. 특히 기업들의 재택근무와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의 휴원이 늘어나 집에 먹거리를 비롯한 생필품을 갖춰놔야 한다는 수요가 높아진 점이 오히려 대형마트에는 활기를 불어넣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과 SK, LG 등 대기업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잇달아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임직원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전날 본사 전직원을 재택근무로 돌렸고, 쿠팡과 티몬, 위메프, 11번가, 이베이코리아 등도 희망 직원이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의 휴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다음 달 9일까지 2주 동안 서울 시내 어린이집 5705곳이 휴원에 들어갔으며 개학ㆍ개원을 추가로 더 연장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온라인 등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직접 대형마트에 발품을 파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대형마트의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24일 하루 전국 124개 점포에 점포당 500∼1000장의 마스크가 입고됐으나 오전에 모두 소진됐다. 홈플러스 경우에는 마스크 입고 시간인 오후 3시 경부터 고객이 늘어나며 활기를 찾았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보다 마스크가 싸고 구하기 쉽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고객이 몰리고 있다”면서 “매장마다 고객당 10~20개씩 구매수량을 제한해 판매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대형마트의 매출이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를 찾았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는 사실을 언론 등에서 접하면서 라면 등 식료품까지 확보해야겠다는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수요가 집중돼 배송 대란을 겪다 보니 다급해진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몰린 것”이라면서 “코로나19의 장기화 전망에 따라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온라인 구매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쿠팡이나 SSG닷컴, 홈플러스 온라인몰 등에는 마스크를 비롯한 식품과 생필품이 품절 또는 배송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