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나 싶던 기업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에 역대최대폭으로 급랭했다. 제조업은 유럽재정위기 이후, 비제조업과 경제심리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가장 급격히 얼어붙었다.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 업황실적 BSI는 11포인트 떨어진 65를 기록했다. 역시 유럽발 재정위기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했던 2012년 7월(-11포인트) 이후 7년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비제조업 업황실적 BSI도 9포인트 하락한 64를 보였다. 이 또한 메르스때인 2015년 6월(-11포인트) 이후 4년8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지수 기준으로는 각각 2016년 2월(전산업 63, 제조업 63, 비제조업 64) 이후 4년만에 가장 낮았다.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반면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장기평균치 80전후를 암묵적 기준치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영상·통신장비와 자동차는 각각 18포인트씩 폭락해 각각 71과 56을 기록했다. 금속가공도 11포인트 떨어진 54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이 춘절연휴를 연장한데다 공급체인 차질에 따른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수출 감소, 부품수급 차질에 따른 현대·기아차 생산가동 일시중단 등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등 내수부진에 도소매업은 13포인트 하락한 59를, 국내외 여객 및 물동량 감소에 운수창고업은 24포인트 추락한 60을 기록했다. 신작출시 이후 기저효과에 따른 게임업체 매출감소와 미디어업체 계절적 비수기로 정보통신업 또한 10포인트 떨어진 74를 나타냈다.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3월 업황전망BSI를 보면 제조업은 8포인트 내린 69를, 비제조업은 6포인트 떨어진 68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산업도 7포인트 하락한 69를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영상·통신장비(77)와 자동차(60), 도소매업(64), 운수창고업(67)은 실적 하락과 같은 이유로 각각 9포인트와 17포인트, 8포인트, 15포인트씩 떨어졌다. 화학물질·제품(72)도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화장품 등 수출부진에 9포인트 내렸다. 렌터카업체 매출감소와 건설관련 인력수요 감소로 사업시설·사업지원·임대업(57)도 11포인트 급락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8.5포인트 하락한 87.2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69.3) 이후 10년11개월만에 최저치다. 또, 메르스때인 2015년 6월(-11.4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ESI에서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도 0.9포인트 내린 89.7을 보였다. 이는 2009년 5월(87.6) 이후 10년9개월만에 최저치다.
강창구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18일까지 조사결과여서 국내 확진자가 급증한 코로나19 사태를 다 반영하지 못했다”며 “하락폭이 더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다음 조사가 예정된 내달 16일까지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3242개 업체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