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가 ‘정용진 버거’로 알려진 ‘노브랜드 버거’를 통해 식물성 패티를 이용한 버거를 시판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최근 비건 시장 확대에 발맞춰 고객층 다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서울 성수동 본사 1층에 위치한 ‘테스트키친’에서 식물성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출시를 앞둔 신메뉴를 테스트키친에서 먼저 소비자들에게 소개한 후 소비자 반응을 확인해 미비점을 보완한다.
현재 테스트키친에서 판매 중인 식물성 버거는 △미트프리 치즈버거 △미트프리 스윗칠리 버거 2종이다. 미트프리 치즈버거는 고기 대신 식물성 재료로 만든 패티와 치즈가 어우러진 버거다. 미트프리 스윗칠리 버거 역시 식물성 패티와 스윗 칠리 소스로 만든 제품이다.
가격은 단품 기준으로 미트프리 치즈버거 3900원, 미트프리 스윗칠리 3600원이다. 노브랜드 버거가 ‘가성비 버거’라는 콘셉트로 NBB 오리지널 버거를 2900원, 그릴드 불고기 버거를 1900원에 판매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저렴하진 않다는 평가다. 신세계푸드는 10일부터 29일까지 약 3주에 걸쳐 고객을 대상으로 식물성 버거를 판매한다.
그러나 신세계푸드가 ‘100% 식물성 버거’를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햄버거에 쓰이는 번(빵)과 소스에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고 있어서다.
또한, 실제 매장에서 동물성 메뉴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조리 기구를 식물성 메뉴에 사용할 경우 ‘교차오염’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식품의 조리, 유통, 취급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오염 형태를 교차오염이라고 부르는데, 교차오염이 발생하면 100% 식물성 버거로 분류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세계푸드는 잠정적으로 식물성 버거의 주소비층을 비건에 국한하지 않고 ‘육류 소비를 지양하는 소비자’로 설정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식물성 패티를 노브랜드 버거에 사용한 것으로 소비자들이 ‘식물성 버거’를 어떻게 느끼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선보인 것”이라며 “아직 정식 출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가성비 버거’ 콘셉트로 선보인 노브랜드 버거가 출시 6주 만에 10만 개, 3개월 만에 35만 개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2030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식물성 버거도 정식 판매하게 되면 업계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비건 식품이 세계적인 트렌드인 만큼 업계에서는 신세계푸드의 이 같은 시도를 비건 시장 공략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얼라이드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42억 달러(4조9000억 원) 수준이던 글로벌 대체육 시장은 2026년 2배인 81억 달러(9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채식 인구도 100만~150만 명(한국채식연합 추산)으로 2008년 15만 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났다.
경쟁사의 선제적인 움직임도 신세계푸드의 제품 개발과 출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리아는 13일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 빵, 소스로 만든 ‘미라클버거’를 출시했다.
미라클버거의 경우 패티는 콩 단백질과 밀 단백질을 최적 비율로 조합해 고기의 식감을 재현했다. 소스는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증가시켰고, 빵도 우유 성분이 아닌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라클버거 가격은 단품 5600원, 세트 7400원으로 노브랜드 버거 제품보다는 고가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