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로컬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외국계 운용사는 받지 않는 역차별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사모펀드협의회를 통해 정관계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협의회에 가입한 회원사는 현재 200여개 운용사 중 50여 곳이다. 전체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운용사들이 대부분 참여해 운용자산(AUM)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돈다.
협의회 의장사는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맡고 있다. 곽대환 스틱인베스트 대표이사가 3대 의장직을 수행 중이다.
2013년 출범한 협의회의 초대 의장은 이재우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 대표가, 2대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가 지낸 바 있다. 연말에 교체되는 4대 의장은 송인준 IMM PE 대표가 맡을 예정이다.
이들 운용사를 집행부로 구성한 협의회의 초점은 로컬 PE에만 적용되는 규제 해소에 맞춰져 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커지면서 로컬 PE가 적극적으로 딜에 참여하는 만큼, 달라진 환경에 맞춰 관련법을 개정해달라는 요구다.
이를 위해 10개사로 구성된 집행부는 매월 컨퍼런스콜을 진행하고 있다. 분기별로는 총회를 열어 업계 주요안건과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집행부 고위관계자는 “로컬 PE는 지분율 10% 이상이나 경영권 인수, 대출 가능 여부 등의 투자 제한이 있는데 해외 PE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로컬은 못하고 외국계만 할 수 있는 M&A 딜이 생겨 이런 규제를 없애자는 게 제일 큰 골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작년과 작년에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모으는 작업이 많았다”며 “지금 시점은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에 다니면서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시작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협의회는 안내장 발송 등을 통해 비회원 운용사들의 참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회원사와 AUM 규모를 키워 국회와 정책당국을 대하는 업계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협의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을 처음 만들 때 포지티브 규제이다 보니, 지금의 달라진 환경과 안 맞는 내용으로 로컬이 외국계에 비해 불이익을 보는 게 있다”면서 “금융당국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개정이 당초 쟁점법안이 아니었는데 라임 헤지펀드 사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코링크PE 등이 불거져 문제가 됐다”며 “기업에 투자해 가치를 키우고, 회수해 수익을 나누는 PE의 기능은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에 로컬과 해외의 같은 필드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대상은 국내 등록사만이고, 법 제정 당시에는 국내 PE의 자본 풀 자체가 적었다”며 “하지만 차츰차츰 자금 여력이 생기고 기관투자자들이 배분을 많이 하면서 토종 PE의 규모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정부 경제정책 중에서 벤처캐피탈(VC) 부분을 잘 풀었고 벤처투자촉진에관한법률(벤촉법)도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PE 역시 사람이 만든 제도이다 보니 계속 새롭게 바뀌는 환경에서 안 맞는 것은 개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