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여파로 견본주택 개관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인기 지역의 경우 견본주택에 수만 명이 몰리는 만큼 신종 코로나에 노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약시스템 이관 작업으로 한 달 만에 청약을 재개한 분양시장이 ‘코로나 포비아(공포증)’을 이겨낼지 이목이 쏠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당초 이달 14일에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의 견본주택을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개관 시기를 연기했다. 개관 여부 자체를 논의 중이다.
GS건설도 이달 분양을 준비 중인 대구 중구 남산동 ‘청라 힐스자이’,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 제이드자이’의 견본주택 개관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청라 힐스자이의 경우 이달 7일에 견본주택을 열 계획이었으나 개관 날짜를 다시 논의 중이다. 대우건설은 수원시청과 상의해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공급하는 ‘매교역 푸르지오 SK뷰’의 견본주택을 개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사이버모델하우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견본주택은 예비청약자들이 분양 아파트를 미리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출, 계약 조건 등을 상담받을 수 있는 곳이다.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면 굳이 견본주택을 방문하지 않아도 청약하는 예비청약자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예비청약자는 견본주택을 찾는다.
더욱이 이달 분양 예정 물량은 청약시스템 이관으로 한 달 만에 새로 나오는 신규 분양 단지들이다. 그만큼 사업 주체,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이 큰 상태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인파가 모이는 장소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견본주택 역시 기피하게 된 것이다.
현대건설은 내부적으로 신종 코로나에 대한 재난경보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될 경우 견본주택, 계약 기간 일정을 조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재난경보 단계는 관심ㆍ주의ㆍ경계ㆍ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신종 코로나는 ‘경계’ 단계다.
다만 건설사들은 신종 코로나가 청약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청약은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만큼 견본주택을 방문하지 않아도 예비청약자들의 관심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A 건설사 관계자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공급한 송파 헬리오시티의 견본주택을 운영할 때도 마스크를 나눠주고 열화상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며 “메르스에 대한 우려는 컸지만 그 당시에도 분양은 잘됐다”고 말했다.
B 건설사 관계자도 “최근에 견본주택을 가보지 않고 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견본주택 운영 여부가 청약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