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연공임금체계를 개편해 임금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주요국의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3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웨덴 등 국가가 경제 위기와 높은 실업률을 극복한 배경에는 유연안정성 정책과 관대한 사회보장, 협력적인 노사 파트너십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상희 교수는 “한국도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정책 추진이 필요하지만, 고용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사회보장제도와 협력적인 노사 파트너십이 미흡하기 때문에 국내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맞는 정책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국내 노동시장이 대기업ㆍ정규직ㆍ유노조 부문과 중소기업ㆍ비정규직ㆍ무노조 부문으로 나뉘어 한쪽은 해고 보호는 물론 임금까지 높은 수준의 혜택을 누리지만 다른 쪽은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해고 보호가 잘 되어 있는 대기업ㆍ유노조ㆍ정규직 부문의 근속연수는 13.7년이다. 중소기업ㆍ무노조ㆍ비정규직 부문의 2.3년보다 약 6배 긴 수준이다.
월평균 임금도 각각 424만 원과 152만 원으로 약 2.8배가량 차이가 났다.
보고서는 한국의 과도한 임금연공성도 지적했다.
유연안정성 모델을 구축한 덴마크와 한국을 비교하면 근속 1년 미만 근로자 대비 근속 1~5년 근로자의 임금은 한국이 1.59배, 덴마크가 1.18배였다.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경우 한국이 4.39배, 덴마크가 1.44배였다.
또 보고서는 호봉제 운영실태를 조사해 호봉제의 운용 비중은 100인 미만 기업에서 15.8%에 그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 60.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이러한 관행이 임금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뿐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핵심인 임금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노동시장 유연안정성 제고를 위한 최적의 수단은 연공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임금유연성 제고"라고 분석했다.
이상희 교수는 “그간 국내에서는 노동개혁의 하나로 해고완화와 같은 노동법 개정에 집중해 왔지만,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 노동환경과 노사관계 속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유연안정성 정책의 적절한 수단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기업ㆍ공기업에서 임금 연공성을 줄이기 위한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며, 구체적으로는 직무급 임금체계 도입을 위해 정부와 노사 양측이 사회적 책임을 기반으로 심도 있게 검토할 시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