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출 지역 편중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수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의 2일 0시 기준 확진자는 무려 1만4380명, 사망자는 304명에 달하는 등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 양상을 보이자 대중(對中) 수출이 25%에 달하는 기형적인 한국 수출 구조상 피해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한국 수출은 지난달 일평균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며 2월 반등을 기대했지만 대중 수출 불안으로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14개월째 내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살아나고 있는 데다 지난달의 경우 조업일수를 제외한 일평균 수출은 14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정부도 이달엔 수출이 긴 마이너스의 터널을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를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가 앞으로 한국 수출에 미칠 영향이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로 패닉상태에 빠지면 한국 수출이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20%대 중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역시 25.1%를 차지했다.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의미로 대중 수출이 흔들리면 전체 수출에도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가 기승을 부리던 2003년 5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은 3.5%로 전월 대비 15.7%포인트(P)가량 하락했다. 당시 중국 수출률이 3.5%로 전달 대비 16%P 이상 줄어든 영향이 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가 현재 추세로 계속 확산한다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0.3∼0.5%P 하락한다.
현대연은 "신종 코로나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2003년 사스 때보다 중국의 소비와 투자,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의 경우 1억5000만∼2억5000만 달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사스와는 경제 상황 자체가 다른 점도 우려스럽다. 2003년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는 15.9%에 달해 4배가량 커졌다. 중국 전자·통신 장비 수출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2.3%에서 지난해 31.6%로 확대됐다.
정부는 신종코로나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실물경제 대책반을 가동했고, 중국 진출기업 현황과 수출 동향을 일일 단위로 보고받고 있다.
정부는 3일 '긴급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대중 의존도가 높은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무역보험 지원 확대, 중국 외 다른 국가로 수출 시장 다변화 시 해외 마케팅과 전시회 지원 강화, 중국 현지 진출 기업과 대중 수출기업의 애로사항 발굴·해소 등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