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영국의 EU 탈퇴인 브렉시트를 두고 ‘미국이 텍사스를 잃은 격’이라고 표현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경제력을 갖춘 텍사스주가 빠진 것처럼 규모, 존재감은 물론 경제력 측면에서 EU에 커다란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영국은 독일에 이은 역내 두 번째 경제국이다. 2018년 기준으로 EU는 영국 수출의 45%, 수입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의 자료에 따르면 EU 예산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88%로 독일(20.78%), 프랑스(15.58%)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아울러 핵보유국이자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왔던 영국이 빠지면서, 국제 외교·안보 측면에서 EU의 위상 또한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U 정책 연구 관련 비영리 기관 ‘유럽의 친구들’의 선임 연구원 폴 테일러는 “EU가 어떤 방에 들어서든, 영국이 회원국이었을 때보다 무역, 기후문제, 안보 측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U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영국 역시 경제적 여파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브렉시트 결정을 “‘영국과 EU가 공존할 수 없다’는 협소한 시각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이제 미국과 중국, EU 등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홀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없어도 EU는 여전히 4억50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18%의 국내총생산(GDP)을 책임지는 강력한 경제 거인으로 남는다. 반면 영국은 장기적으로 막대한 피해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2018년 11월 발표한 ‘EU 탈퇴 장기 경제 분석’ 보고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정부가 추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거의 맺지 못한다면 1인당 GDP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약 5%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10년간 영국의 잠재성장률이 반 토막 날 위험도 있다.
단기적인 경제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최근 기업들에 “우리 규정을 EU와 맞출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면서 “이미 준비할 시간이 3년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허튼소리라고 FT는 비판했다. EU와 어떤 합의에 도달할지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대비할 방법이 없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