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횡보하던 제조업 심리가 상승 추세를 지속했다. 반도체 관련 부품·장비 수요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와 기업 심리를 종합한 경제심리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반면, 비제조업 심리는 5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정부의 고강도 12·16 부동산대책에 건설업이 위축된 탓이다.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충격 이후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최근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 따라 향후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봤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제조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상승한 7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5월(76) 이후 최고치다. 반면, 비제조업 업황실적 BSI는 5포인트 하락한 73을 보였다. 이는 작년 8월(70) 이후 오름세가 꺾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전산업 업황실적 BSI는 1포인트 내린 75를 나타냈다.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반면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장기평균치 80 전후를 암묵적 기준치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영상·통신장비 등은 10포인트 급등한 89를, 기타 기계·장비는 5포인트 오른 74를 보였다. 각각 반도체 관련 전자부품 판매와 반도체 설비수주 및 운송장비 설비수주 등 부품 및 장비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다.
반면, 조업일수 감소와 완성차업체인 르노삼성 파업 영향을 받은 자동차는 6포인트 하락한 74를 기록했다. 건설업(65)과 전문·과학·기술(75)은 각각 9포인트와 10포인트 떨어졌다. 12·16 부동산대책에 각각 주택건설 수주 감소와 건설 설계 및 감리 수요 등이 줄어든 탓이다. 정보통신업(84)도 9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연말 매출이 집중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미디어 및 게임업체 매출이 감소한 데다 정보통신(IT)시스템 관련 공공부문 수주도 줄어서다.
향후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2월 업황전망BSI를 보면 제조업은 4포인트 오른 77을 기록한 반면, 비제조업은 1포인트 떨어진 74를 기록했다. 전산업은 2포인트 올라 76을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 전자·영상·통신장비(86)와 기타 기계·장비(75)는 실적 상승과 같은 이유로 각각 3포인트와 7포인트 상승했다. 화학물질·제품(81)도 그간 축소된 스프레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에 7포인트 올랐다.
반면,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서 전기·가스·증기(82)는 12포인트 급락했고, 전문·과학·기술(76)은 실적 감소와 같은 이유로 4포인트 내렸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2.8포인트 상승한 95.7을 기록해 작년 4월(95.8) 이후 가장 높았다. ESI에서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순환변동치도 0.6포인트 오른 94.3을 보였다. 이는 2018년 10월(94.7) 이후 최고치다.
이성호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과 경제심리지수는 일본 수출규제로 저점을 본 후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비제조업은 12·16 대책 영향에 주택건설이 부진할 것이란 답변이 많아 하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사결과는 최근 불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확산할지 혹은 얼마나 빨리 잡힐지에 따라 기업들이 받는 심리적 충격은 달라질 것”이라며 “이것만 아니면 기업과 경제심리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3182개사였다. 조사기간은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