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2.5%로 추산했다. 작년의 2.7%보다 0.2%포인트(P) 떨어졌다. 2018년 2.9%에서 가파른 하락세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생산성 둔화가 주된 요인이다.
잠재성장률은 국가의 자본과 노동력, 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을 가리킨다. 이 수치가 떨어지면 경제활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대 7%대, 2000년대 중반까지 5%대를 유지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3%대로 낮아진 이후 2011∼2015년 3.0∼3.4%(한국은행), 2016∼2020년 2.5%까지 내려앉았다. 이런 추세라면 2026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다는 게 연구기관들의 분석이다.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내리막을 걷는 가장 큰 이유는 노동과 자본 투입의 감소다. 노동 측면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 발목이 잡혀 있다. 자본 투입이 늘기도 힘들다. 주력산업 성숙, 내수 침체, 글로벌 불황에 따른 수요 감퇴로 투자도 부진한 까닭이다. 잠재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 경제의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점이다. 작년 성장률이 겨우 2.0%에 그쳤다. 올해 정부 목표는 2.4%다. 하지만 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격차인 국내총생산(GDP) 갭률이 작년 -2.06%에서 올해 -2.28%로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잠재력도 살리지 못한 채 경제활력이 쇠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잠재성장률 추락은 성장 후퇴에 대한 경고이자, 생산요소 투입을 통한 성장의 한계를 의미한다. 민간부문 성장기여도가 약화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작년 2.0% 성장에서 민간기여도는 겨우 0.5%P에 그친 반면, 정부가 세금 쏟아부어 떠받친 성장률이 1.5%P였다. 이런 성장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성장이 멈추면 국민소득이 늘지 않고 일자리도 없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게 진짜 위기다. 자본과 노동 투입이 제한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최대 과제는 산업구조 개혁과 생산성 혁신, 노동시장의 비효율성 제거다. 최근의 대세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반 신산업의 집중적인 육성도 급박하고 절실하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 없이 잠재성장률 추락을 막기 어렵다. 성장의 주체인 기업들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중심 성장전략 재정립, 미래산업 집중 육성, 경쟁력 잃은 산업 구조조정, 혁신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일관된 추진체계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 그런 방향과 거꾸로 가는 정책이 최대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