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 등 국내 대표 수출 업종 기업들은 그나마 당초 우려보다 크게 침울한 분위기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관련기업들은 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당장 중국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단기충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한 폐렴 사태의 장기화는 궁극적으로 글로벌 사업에 타격을 미치겠지만, 단기적으로 중국 내수 시장에서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적다는 얘기다.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대(對) 중국 비즈니스가 예기치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초라하다. 가성비를 내세운 현지 업체들의 공세로 2013년 19.7%에 달하던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 아래로 꼬꾸라졌다. 지난해 1분기 1%대로 반등했다가 2분기 0%대로 다시 추락했다. 화웨이와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상위 4개 업체의 자국 시장점유율이 약 80%에 달한다.
이에 삼성전자는 2018년 12월과 지난해 10월 톈진과 후이저우의 휴대폰 공장을 전면 철수하고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 생산기지는 베트남과 인도로 옮겼다.
TV와 생활가전 사업에서도 현지 업체들의 추격 탓에 글로벌 강국의 위상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불과하다. 2017년 4.1%에서 0.3%포인트 더 떨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 등은 어차피 중국 시장 점유율이 낮아서 현지 내수시장이 침체된다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씁쓸해 했다.
자동차 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요 경쟁업체와 달리 우한 지역에 생산공장이 없는 데다, 이미 중국 사업의 비중이 낮은 덕(?)을 볼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후베이성 우한에는 중국 국영 둥펑 자동차와 GM, 혼다, 닛산, 르노, PSA 등의 완성차 업체가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다. IHS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우한에 있는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하는 물량은 160만대로, 중국 전체 생산량의 6%를 차지한다.
반면 현대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 업계는 후베이성에 사업장이 없다. 현대차는 베이징ㆍ창저우ㆍ충칭ㆍ쓰촨에, 기아차는 옌청에 공장을 두고 있다. 금호ㆍ한국ㆍ넥센 등 타이어 업계와 부품사도 마찬가지다.
중국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지 않다.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업계는 2016년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권역 판매량은 20만7000대로, 전년(22만9000대) 대비 9.8% 줄었다. 이로써 글로벌 판매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2016년(23%)보다 낮아졌다. 기아차 역시 2016년 22%던 중국 판매 비중이 지난해 11%로 반 토막 났다.
타이어와 부품업계도 우한 지역 공장에 납품하는 물량은 없어 직접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중국 사업 비중이 작고 우한에 공장을 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물량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중국 정부 차원의 통제다. 중국 정부는 현대차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에 내달 2일 끝나는 춘제 이후에도 일주일가량 공장 가동을 멈출 것을 권고했다. 말이 권고일 뿐 사실상의 강제다. 상황에 따라 정부 차원의 휴업 지시가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업계의 중국 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