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영등포푸르지오 전용면적 84㎡가 10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는 소문이 나돌았어요. 실제 저희도 집주인이 10억2000만 원에 내놓은 매물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이 단지에선 9억 원대 매물을 찾기 쉽지 않아요." (서울 영등포 Y공인중개소 관계자)
뛰어난 교통 여건과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 풍부한 생활편의시설에도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히며 저평가받던 서울 영등포 부동산 시장이 요즘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영등포역 일대 '쪽방촌' 개발 프로젝트(정비사업 계획)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정비사업으로 낙후시설이 주거공간 등으로 새롭게 조성되면 주변 인프라도 함께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 인근 집값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84㎡형은 지난달 9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 기록을 썼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이미 9억 원을 훌쩍 넘어선데다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가 10억 원이 넘는 매물도 적지 않다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소들의 설명이다. 이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쪽방촌이 개발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일 영등포 쪽방촌을 철거하고 이 일대 1만㎡에 공공임대주택과 주상복합아파트 등 총 12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사업 구역은 2개 블록으로 나뉘는데 1개 블록에는 기존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 370채와 신혼부부 등 젊은층을 위한 행복주택 220채가 들어서고, 나머지 블록은 민간에 매각해 주상복합단지(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영등포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이 아파트에서 인근 대형 쇼핑몰까지 쪽방촌을 가로지르면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지만 쪽방촌을 지나기 꺼려하는 입주민들은 20분이 넘게 걸리는 길로 돌아다녔다"며 "워낙 교통이 좋아 쪽방촌만 개발된다며 발전 가능성이 많은 동네여서 향후 집값 상승 여력도 크다"고 말했다.
인근 '영등포아트자이'와 '문래자이'도 호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등포아트자이 전용 84㎡은 최근 한달 새 4000만~5000만 원 올라 최고 12억 원을 호가하고, 문래자이 전용 84㎡는 최고 시세가 13억 원을 넘어섰다. 이 마저도 매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낙후지역 재개발 사업은 그동안 주변 지역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역과 청량리역 일대다. 용산역 일대는 영등포와 마찬가지로 역사 주변에 밀집한 유흥가와 노후주택 때문에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수혜를 누리지 못하다가 재개발사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화려하게 비상했다.
현재 래미안용산·용산푸르지오써밋 등 고급 주상복합단지들이 들어선 용산은 집값 급등 지역을 일컫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중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청량리역 일대도 지난해 마지막 남은 집창촌 한 곳까지 모두 철거되면서 집값이 들썩였다.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 전용 59㎡형은 작년 말 11억40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청량리역 인근의 새 아파트들은 소형 평수마저도 이미 10억 원대를 넘긴 상황이다.
청량리 재개발 사업의 핵심지로 꼽히고 있으나 용도지역 문제 등으로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했던 미주아파트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매매값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억2000만 원에 거래됐던 전용 170㎡형이 지난달에는 1억 원 가량 오른 13억2500만 원에 팔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을 낙후시설에 대한 정비사업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 영등포의 경우 쪽방촌 개발과 함께 신안산선 착공도 집잢 상승 호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청량리역 일대에도 광역급행철도(GTX) B·C 등이 들어설 예정인데다 경전철 2개 노선 역시 청량리역으로 이어진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쪽방촌이나 집창촌 같은 낙후시설 개발은 분명 집값을 끌어올리는 대형 재료"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들 지역의 경우 낙후시설 개발과 함께 지역 개발사업도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교통망 확충이라는 호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