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떠난 롯데 "도전정신ㆍ열정 뜻 받들어 도약할 것”

입력 2020-01-20 16:34 수정 2021-04-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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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각규 장례위원장 기자회견서 밝혀…신동주ㆍ신동빈 형제, 화해 물꼬 트나 주목

▲기자회견에 나서는 황각규 부회장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기자회견에 나서는 황각규 부회장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재계 ‘창업 1세대 경영인’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롯데그룹은 입관식을 앞두고 한국경제 성장에 이바지한 신 명예회장의 업적을 소상히 밝히며 신 명예회장의 뜻을 받들어 롯데그룹의 밝은 미래를 다짐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20일 서울시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신 명예회장의 빈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황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한국경제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강조하며 ‘도전의 역사’라고 평가했다. 황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에 대해 “오른손이 한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 그 정도로 자랑을 안 하는 분이셨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많은 실리를 취하지도 않았다”라며 “한국경제 규모가 작아 외국인 직접투자가 절실한 상황일 때 일본 롯데는 25년간 번 돈의 2.5배를 한국에 투자했다. 상당한 도전의 역사라고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져 잠실 롯데월드가 만들어졌다. 내부에서는 대형투자를 하면 어렵다, 투자 대비 수익 안 나오면 힘들다고 했지만,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방문했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역작을 남기고 싶다는 꿈이 있던 것 같다”라며 “저희도 본인이 원하는 대한민국 랜드마크를 잘 짓는 게 가장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고 신동빈 회장에게도 창업주의 뜻 거역하는 건 어려울 것 같으니 최선을 다해서 대한민국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고 해 오늘날의 롯데월드타워가 됐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정유, 제철사업을 전개하고 싶었지만, 펼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황각규 부회장은 “명예회장이 화학과 졸업하고 처음으로 한국에 투자하고 싶었던 게 정유 사업이었다”며 “정부에 제안했지만 아쉽게도 LG가 최종 선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다음에 하고 싶었던 사업은 제철이었는데 1960년대 당시 일본 롯데에 제철 사업을 하기 위한 TF팀이 50명 규모로 있었다. 명예회장은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국가주도’라는 명분에 밀렸다”라고 말했다.

황 부회장은 정유, 제철사업이 무산된 뒤 나온 프로젝트가 지금 롯데그룹의 기반이 된 소공동 롯데 호텔과 쇼핑센터라고 설명했다.

신 명예회장이 떠나고, 롯데는 그가 생전에 보여줬던 도전과 열정의 뜻을 받들어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 부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 본인께서 가장 좋아하는 말씀이 ‘도전’”이라며 “열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런 말씀을 많이 했다. 저희는 남겨주신 소중한 유산을 잘 이끌어가서 글로벌 롯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입관식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신동주 전 부회장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입관식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신동주 전 부회장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한편 이날 장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차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이가 소원해져 2018년 10월 신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경영 비리 재판 2심 선고 때 마주친 후 1년 3개월여 만에 병원에서 재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장례식에서도 형제에 관한 관심이 집중됐는데 이날 입관식을 앞두고 자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형제는 각각 움직여 눈길을 끌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입관식을 위해 먼저 이동했고, 뒤이어 신동빈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 부회장은 형제간 사이가 어떠한가, 대화를 나누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옆에 나란히 앉아있으니까 교감하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화해의 물꼬가 트였다고 봐도 되느냐고 묻자 “그것은 제가 뭐…”라며 말을 아꼈다.

신 명예회장이 유언을 남겼는지, 상속 재산 여부 등을 묻는 말에 황 부회장은 “유언을 남겼는지 아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재산 환원에 관한 얘기는 가족들이 잘 알 것”이라고 답했다.

▲입관식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신동빈 회장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입관식을 위해 자리를 옮기는 신동빈 회장 (김벼리 기자 kimstar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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