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권 하에서 미국 경제는 11년째 확대 국면을 맞고 있다. 세계 경제가 죽을 쑤는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나 홀로 성장’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치적을 강조한다. 그는 “대형 감세와 규제 완화로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경제 상황도 트럼프 재선에 우호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경기둔화 우려를 누그러뜨렸다.
특히 역대 대통령의 재선을 좌우했던 고용 상황도 눈부시다. 트럼프 정권 3년 동안 취업자 수가 700만 명 증가했다. 실업률도 3.5%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51%가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재선에 실패했던 지미 카터와 아버지 조지 H.W. 부시 등 전 대통령은 선거 직전 1년간 실업률이 1.6%포인트, 0.4%포인트 각각 올랐다. 이 같은 고용 하락이 선거 패배의 핵심 요인이었다. 반면 재선에 성공해 8년 임기를 채운 버락 오바마와 아들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의 경우 선거 직전 1년간 실업률이 모두 개선되면서 재선에 순풍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복병이 존재한다. 바로 소득 격차다. 트럼프가 추진한 감세 효과로 상위 5%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소득은 2년간 6% 증가했지만, 중산층 및 저소득층은 2% 증가에 그쳤다. 저금리 정책으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2년간 7% 상승한 데 반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내 집 장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위 1%가 미국 전체 소득의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소득 격차는 전후 최악이라는 평가다.
야당인 민주당이 파고들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민주당은 부유층과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높이는 한편, 학자금 대출을 전액 면제하는 등 복지 정책으로 소득 격차에 불만이 많은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임기의 절반 이상을 쏟아부은 무역전쟁도 역풍이 될 수 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돌풍을 일으켰던 중서부 제조업의 고용자 수가 감소로 돌아섰다. 선거 당시 트럼프가 미시간과 위스콘신 등 격전 지역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제품에 45% 관세 부과 등 대중 강공책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대중국 수출 확대를 근거로 선거 공약을 실현했다고 주장하지만, 중서부 고용 악화는 재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인 경제 활성화 계획도 없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잠재성장률은 2% 미만으로 전후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민 제한정책이 미국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기업가의 28%가 이민자 출신이란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반(反) 이민정책에 창업 활동이 부진해질 우려도 있다.
대형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로 재정수지 적자가 1조 달러(약 1160조 원) 이상으로 치솟은 점도 미국 경제를 ‘빛 좋은 개살구’로 만들고 있다. 연방정부가 지출하는 이자 비용은 2025년 7240억 달러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국방부 예산을 웃도는 수치로 미국은 사상 초유의 ‘빚잔치’ 상황에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