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 물량이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만 가구 넘게 감소할 전망이다. 주택시장을 향한 칼날 같은 규제로 주택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분양 물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엔 23만 가구까지 급감한다. 내년 입주 물량인 만큼 시기적으로 당장 체감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급감의 여파가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34만7944가구다. 지난해(40만153가구) 대비 13%(5만2209가구) 줄어든 수치다. 2018년 45만9030가구의 새 아파트 공급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다.
서울은 4만2047가구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다만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입주물량은 1만2023가구로 작년(1만6223가구) 대비 4000가구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올해 입주 물량이 1000가구가 넘지 못하는 곳도 금천(68가구)·관악(519가구)·동대문(299가구)·종로(58가구)·동작(966가구)·강서구(418가구) 등 6곳에 달한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폭이 한 풀 꺾인 모양새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군수요가 많은데다 양도소득세 비과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의 혜택을 받으려는 집주인이 늘어 전세 물건 자체가 귀하다.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으로 눌러앉으면서 물건은 더 부족하다는 게 현장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정됐던 서울 전세시장이 하반기 학군수요와 정책 영향 등의 이유로 상승세로 돌아섰다"며 "올해엔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해 전세시장의 상승세가 연초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올해 지방에서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곳은 울산이다. 지난해 입주 물량이 1만2627가구에 달했던 울산은 올해 1만 가구 가까이 급감한 2941가구만 집들이에 나선다. 서울 자치구 한 곳에서 나오는 수준의 물량이다.
반면 지방 일부 도시는 올해도 공급 과잉으로 인해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1만1500가구), 전북(1만4378가구), 충남(1만2999가구), 충북(1만4726가구) 등에서 작년보다 더 많은 새 집이 쏟아진다. 경남은 지난해(4만2882가구)의 절반으로 입주 물량이 줄어들지만 올해 역시 2만2833가구의 신규 아파트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청약 열풍을 일으킨 대전은 6263가구로 전년(3911가구) 대비 2배 가까이 입주 물량이 늘지만 신규 아파트 수요를 충족할 만한 충분한 물량은 아니어서 올해 역시 청약 대기수요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대광(대전·대구·광주) 중 대구는 1만5404가구로 지난해보다 5000가구 가량 새 아파트가 늘지만, 광주는 1만2505가구로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광역시는 공급 부족과 낮은 금리, 넘치는 유동성 등으로 결국 가격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다만 소도시는 인구는 감소하는데 반대로 집은 늘어나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입주 물량으로 인한 여파는 올해 하반기부터 나타날 전망이다. 2018년 이후 5만~6만 가구씩 줄었던 입주 물량이 내년(23만6106가구)엔 무려 10만 가구 넘게 급감한다. 서울은 올해의 반토막 수준까지 입주 물량이 추락한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넘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시장을 예의주시하는 투자가나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실수요자들이 내년 입주 물량 급감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주택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권 교수는 "건설사들이 보유한 공공택지도 애초에 많지 않은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각종 규제로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위축된 충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라며 "상반기가 지나면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의 약발이 끝나는 동시에, 내년 입주 물량 급감이 집값 상승 압력과 전세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