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정책 수단으로 임대 정책을 꼽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전세가격 동향을 각별하게 보고 있다"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셋집 품귀 현상과 임대료 급등이 장기화하면서 청와대와 정부에서 전세시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다. 아직까지 전세난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전세 정책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가장 가시화된 전세 대책은 주택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에서 이들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국회에 관련법도 발의돼 있다.
주택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제는 지난해 9월 당정이 입법 추진에 합의했다. 임대차계약 갱신권 제도는 처음 임대계약이 끝난 후에도 최장 2년까지 임대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세입자가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임대인은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요구에 따라야 한다. 임대차계약 갱신권이 도입되면 주택 임대계약의 기본 기간이 사실상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
계약 갱신 청구권제가 도입되면 전ㆍ월세 상한제도 패키지로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전ㆍ월세 상한제는 전ㆍ월세 계약을 갱신할 때 임대료 인상 폭을 제한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한 임대료 인상 상한은 5%였다. 전ㆍ월세 계약을 연장할 때 집주인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막으려면 패키지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찬성 측 논리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역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다. 1989년 주택 임대차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을 땐 서울 전셋값이 20% 넘게 뛰었다. 계약 기간이 늘면서 임대료 인상 기회가 줄자, 집주인들이 선제적으로 전셋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는 경우에도, 집주인들이 규제를 피해 첫 계약 때부터 전셋값을 높이 부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주택학회는 국토교통부 용역에서 임대차계약 갱신권 제도와 전ㆍ월세 상한제가 함께 시행되면 임대료가 1차 계약 기준 최대 11% 오른다고 분석했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임대차계약 갱신 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임대사업자의 기대 수익이 줄어든다"며 "장기적으로 임대 주택 수는 줄어들고 임대료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