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문턱을 넘은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핵심은 '가명정보'다.
개인 식별이 가능한 '개인정보'와 식별이 불가능한 '익명정보' 사이에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했다. 가명정보란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추가정보 없이는 신원을 특정할 수 없도록 처리한 정보를 뜻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61에 사는 39세 여성 김영숙'은 개인정보지만 '서울 종로구에 사는 30대 여성 김○○'은 가명정보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와 달리 정보주체 동의가 없어도 제삼자에게 제공해 통계작성이나 산업적 목적을 포함하는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가명정보는 개인을 식별할 수는 없지만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빅데이터로 가치가 높다. 건강ㆍ금융ㆍ유통 등 다른 영역의 정보를 모아서 볼 수도 있다. 의학분야에서는 맞춤형 진료도 가능하고 금융권에서는 소비자 패턴에 맞는 상품도 개발할 수 있다. 주부나 학생, 사회초년생처럼 금융 이력 정보가 흩어져 있는 금융 취약계층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도 있다.
문제는 사생활 침해 우려다. 가명정보를 결합해 재식별 과정을 거칠 경우 특정 사람 식별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의료정보나 유전자 정보, 생체인식 정보 등 사실상 가명처리가 어렵거나 쉽게 재식별이 가능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취급할지도 불분명하다.
정부는 가명정보에 다른 정보를 추가해 개인을 재식별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하게 했다. 기업은 연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보호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다른 정보를 결합해도 누구의 정보인지 식별할 수 없는 익명정보와 달리 가명정보로는 개인을 식별하는 게 가능할 수 있으며, 온라인상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가명정보와 결합해 악용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