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한국 수출이 이란발 유탄을 맞아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로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수출 의존형 국가인 한국의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올해 전체 수출액을 다시 늘리고 2030년 수출 세계 4강 도약을 위한 수출구조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수출을 강조한 이유는 지난해 부진으로 올해는 수출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정책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수출은 5424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수출액이 두 자릿수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2월 중 상승 전환해 1분기 전체로도 증가세를 보이겠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반도체·선박·자동차·석유제품 등의 수급 개선,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술적 반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 지역 긴장 상황이 고조되면서 수출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 현재의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세계 경제가 위축,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이 피해를 보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산업 전반에서 사용하는 원유를 모두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유가 급등과도 마주해야 한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63.2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3월물도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가 70달러 선을 웃돈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원유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고 투자·소비심리가 악화한다. 또 주요국 제조 원가가 상승해 글로벌 성장세가 둔화하고 이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도 줄게 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돌발 군사 행동이 현실화한다면 유가 초급등 현상으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 공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국내 원유 수급에 대한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철저한 대응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확대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열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하겠다"며 "석유 수급 위기 발생 시에는 대체 도입선 확보 등을 통해 추가 물량을 조속히 확보하고 비상시 매뉴얼에 따라 비축유 방출 등 비상 대응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9650만 배럴, 민간 비축유와 재고까지 합치면 약 2억 배럴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