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강북지역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서 비껴나 있는 9억 원 미만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당초 전망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보다 더 오른 곳은 영등포구(0.13%→0.19%)와 강북구(0.08%→0.09%), 동대문구(0.06%→0.07%) 등 3곳이다. 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대부분의 지역에서 집값 상승폭이 줄거나 주춤한 것과 달리 이들 3개 지역은 오름폭이 커졌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대출 규제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곳은 가격 상승폭이 줄고 있지만 9억 원 이하의 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는 실수요가 몰리면서 ‘갭 메우기’(가격 격차 줄이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12ㆍ16 대책에서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40% 그대로 유지한 반면, 9억~15억 원 미만 주택의 경우 9억 원 초과분에 대해선 20%로 규제 강도를 높였다.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용 담보대출이 아예 금지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 롯데캐슬’ 아파트(전용면적 84㎡)는 얼마 전 8억4000만 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최고 거래가(8억 원) 기록을 두 달여 만에 깬 것이다. 매매 계약 체결 이후 이 아파트 단지 집주인들은 호가를 9억 원까지 높였다. 실제 거래가격보다 6000만 원, 이미 신고된 실거래가보다는 무려 1억 원이 높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12ㆍ16 대책으로) 9억 원 초과 가격에 대한 대출이 축소되면서 9억 원 아래 가격대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조금씩 높은 가격에 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다른 매물의 호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두산위브 전용 59㎡형은 8억9000만 원을 호가한다. 지난달 실거래가 8억4500만 원보다 4000만 원 오른 셈이다.
경기권 일부 지역도 풍선효과로 집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수원 영통구(0.81%)는 교통과 학군이 우수한 광교신도시 위주로, 용인 수지구(0.79%)는 풍덕천ㆍ신봉동 등 주거 환경 개선 기대감 있는 단지 중심으로 많이 올랐다.
수지구 풍덕천동 정자뜰마을 태영데시앙 전용 84㎡형은 지난해 최고 7억2000만 원에 거래됐으나 지금은 8억 원을 호가한다.
구리시(0.45%)도 인창동 등 별내선 역사 예정지 인근 위주로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이 같은 풍선효과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지역이나 저평가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 지역 집값이 뛰는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세 15억 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는 규제 강도가 높아 매수세가 꺾이겠지만 9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는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ㆍ수도권에서도 덜 올랐던 지역이 이미 오른 지역을 따라잡는 갭 메우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